[책과 길] 썩지 않는 플라스틱,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플라스틱 사회’

입력 2012-11-22 18:23


플라스틱 사회/수전 프라인켈/을유문화사

흔히 우리는 플라스틱 시대에 산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정확히 언제 플라스틱 시대에 들어섰을까. 전문가들은 그 기점을 진주만 공격이 벌어진 1941년으로 잡고 있다. 진주만 공격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군의 물자 조달 책임자는 금속인 알루미늄이나 놋쇠 같은 전략 물질들을 가능하면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려 했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중합체 화학을 실험실에서 실제 세계로 끌어냈다. 군사용 합성수지가 생활용품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손에 쥐는 칫솔에서부터 퇴근길 지하철 손잡이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에 둘러싸여 있다. 현대인의 일상을 플라스틱이 잠식해버린 것이다.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의 뒤를 이어 ‘플라스틱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하며 기대와 우려가 반반씩 뒤섞인 시각으로 플라스틱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그 속살을 보여주기 위해 그가 선택한 플라스틱 제품은 머리빗, 의자, 프리스비 원반, 링거백, 라이터, 비닐봉지, 페트병, 신용카드 등 8종이지만 사실 저자의 플라스틱 이야기는 역설로 가득하다. 플라스틱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썩지 않는다는 최대의 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플라스틱이 인체에 잔류할 수 있다는 보고는 이미 1950년대에 있었다. 한마디로 플라스틱과의 동거는 적과의 동침에 가깝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링거백은 내분비계 교란을 일으키는 주범이고, 플라스틱 라이터도 몇 번 쓰고 버리면 지구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환경 쓰레기가 돼버린다. 불편한 동거는 맞지만 그렇더라도 인류가 플라스틱을 완전히 퇴출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대안으로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서 포장재 수거법이 시행되고, 미국에서는 24개 주에서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가 도입되는 등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플라스틱이라는 적과 어떻게 동침해야 할까.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미국 뉴저지 주의 뮬리카 강을 가로지르는 길이 17m의 다리가 플라스틱 폐품으로 만들어져 있다면서 이렇게 제안한다. “이 다리에 쓰인 플라스틱 아이빔, 필링, 판자 등을 만드는 데 거의 1백만 개의 빈 우유병과 아주 많은 중고 자동차 범퍼가 녹아 들어갔다. 이 다리는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친환경으로 가려는 공원의 지향과 잘 맞아 떨어진다.”(335쪽)

분해 되지 않는 물질이라면 아예 플라스틱 다리를 만들어 오래 쓰면 되지 않겠는가. 김승진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