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7] 여론조사 문항 타결 또 실패…‘룰 협상’ 사흘째 공회전
입력 2012-11-22 01:57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 측은 21일 여론조사 문항을 비롯한 단일화 방식을 놓고 극심한 진통을 겪으며 사흘째 공회전했다. 100%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 후보를 선출하려다 보니 양측은 “유불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과 달리 1% 더 유리한 방식을 얻기 위한 벼랑 끝 대치를 하며 최종 타결에 또 실패했다. 조사 시기는 문 후보 측이 주중, 안 후보 측이 주말을 각각 주장했다.
양측은 오전 9시 서울시내 모처에서 비공개로 만나 협상을 재개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최대 쟁점인 여론조사 문항의 경우 문 후보 측은 새누리당 지지층을 제외한 야권 단일 후보 ‘지지도 조사’를 요구했다. 기존 ‘적합도 조사’에서 양보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 후보 측은 새누리당 지지층을 포함하는 가상 양자대결을 통한 경쟁력 조사를 고수했다.
문 후보 측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경쟁할 야권 후보로 문 후보와 안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묻자는 주장이다. 그동안 적합도 조사에서 안 후보에게 비교우위를 지켜왔고 최근에 문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세인 점을 고려해 지지도 조사까지는 수용하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안 후보 측은 ‘박·안 후보 또는 박·문 후보 가운데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한 사람에게 번갈아 묻자는 것이다. 안 후보는 이 같은 가상 양자대결에서 꾸준히 문 후보를 이겨왔다.
양측은 새누리당 혹은 박 후보 지지자가 상대적으로 본선에서 상대하기 쉬운 후보를 선택하는 ‘역선택’ 방지를 놓고도 전혀 다른 주장을 했다.
문 후보 측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 측 방식에 관해 “A(문 후보)와 B(안 후보)라는 직접비교 대상을 C(박 후보)라는 간접비교 대상을 통해 측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역선택을 방지할 방법이 없고 부정확성만 증폭시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역선택 우려를 생각하면 어떤 조사도 할 수 없다”며 “(역선택이나 불확실성을 따졌을 때) 가장 심플하고 논란 여지가 없어서 가상대결을 제안했다”고 맞섰다.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박 후보의 본선 상대로 안 후보를 꺼리는) 새누리당의 발언을 보면 역선택 우려는 우리가 더 부담”이라며 “역선택 방지보다 본선에서 누가 이기느냐는 결과를 얻는 게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 후보 측이 그동안 역선택 우려를 집중 제기해 왔다는 점에서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조사와 병행 검토됐던 공론조사(지지층 조사) 논의도 나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안 후보 측이 오후 6시 공론조사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문 후보 측은 TV토론을 몇 시간 앞두고 조사 대상자 추출이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거부했다. 결국 양측의 대치는 오후 7시까지 이어지다 정회한 뒤 아무런 진전 없이 오후 10시쯤 종료됐다. 양측은 22일 오전 9시 협상을 다시 열기로 했다. 협상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문·안 후보 간 담판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엄기영 백민정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