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발언·좌석 신경전, 제비뽑기로 결정…단일화 첫 TV토론 이모저모
입력 2012-11-22 01:40
서로 힘을 합치기로 약속했던 곳에서 서로를 꺾기 위해 다시 만났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21일 밤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재회했다. 지난 6일 이곳에서 단일화에 합의했던 두 후보는 정확히 보름 만에 같은 장소에서 역사적인 ‘단일화 TV토론’을 벌였다. 첫 만남은 화기애애했지만 이번엔 양쪽 모두 전의가 넘쳤다.
TV토론 무대는 두 후보가 단일화 회동을 가졌던 기념관 1층 대회의장에 마련됐다. 시사평론가 정관용씨가 사회를 맡았으며 사회자를 기준으로 안 후보는 오른쪽, 문 후보는 왼쪽에 앉았다. 후보마다 참모진이 5명씩 토론장에 배석했다. 이날 토론은 모두발언과 마무리발언, 공통질문을 제외하면 두 후보가 자유롭게 문답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본격적인 토론에서 문 후보는 안 후보의 질문에 “한 가지만 물어 볼게요” “그것은 이명박 정부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라고 역공을 하는 등 공세적이었다. 반면 안 후보는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여쭈어보겠다”며 인터뷰하듯 문 후보의 ‘생각’을 묻기도 했다. 문 후보가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을 흔드는 등 제스처가 많았고, 안 후보는 시종 반듯한 자세를 유지했다.
사회자는 토론에 앞서 군복무 시절 에피소드를 물었다. 안 후보는 “의사로 생활하다 군의관으로 진해에서 근무했다. 해군복이 화려했고 백색 구두도 처음 받아봤다. 진해에서 수영을 배워 지금도 제일 자신 있는 운동이 수영”이라고 답했다.
문 후보는 “강제 징집을 당했고 훈련소를 마치고 특전사로 배치됐다. 보병보다 훈련기간이 길고 공수훈련, 특수전훈련을 했다. 6개월쯤 지나서 면회가 허용됐는데 제 처가 면회 오며 먹을 것 대신 안개꽃을 가지고 와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문 후보는 비슷한 색깔의 안 후보 넥타이를 언급하며 “단일화가 잘 될 것 같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토론 시작 전 좌석에 앉아 기다리던 후보들의 표정에서도 뚜렷한 차이가 드러났다. 문 후보는 진지한 표정으로 토론 자료를 재차 검토했다. 목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사탕을 입에 물고 있었다. 반면 안 후보는 미소를 머금은 표정으로 물을 다시 마시고 넥타이를 고쳐 매기도 했다. 토론 시작 전 사회자가 후보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준비는 많이 하셨어요?”라고 묻자 문 후보는 “네”라고 말한 반면 안 후보는 “많이 못했는데, 하하”라고 했다.
토론이 열린 기념관에는 문 후보가 먼저 오후 10시45분쯤 노영민 비서실장 등과 함께 도착했다. 입구에서 각오를 묻는 기자들에게 그는 “보시죠, 뭐”라고 짧게 말했다. 문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외치는 지지자들의 환대 속에 여유 있는 모습으로 기념관에 들어섰다. 검은색 계통의 양복에 자주색 넥타이를 맸다.
이어 안 후보가 오후 10시47분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 등과 함께 들어섰다. 지지자들은 “진심”을 연호했다. 안 후보도 검정 계열의 양복에 진분홍 넥타이를 맸다. 입구에서 “평소 생각대로 진심으로 임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양측은 모두발언 순서와 좌석 위치 선택에도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제비뽑기를 통해 문 후보는 모두발언과 마무리발언을 먼저 할 수 있는 권한을, 안 후보는 좌석 배정 우선권을 얻었다.
두 후보의 토론이 열린 대회의장 밖 복도는 취재진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생방송 7시간 전부터 토론장 세팅과 기자석 마련으로 기념관은 분주했다 100여명의 기자가 복도에 설치된 대형 LCD TV를 통해 두 후보의 토론을 지켜보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기념관 주변에는 경찰 180여명이 배치됐다. 두 후보 차량이 정차한 지점부터 기념관 입구까지 30여m 이동로에는 질서유지선이 설치됐다. 지지자들은 토론 시작 한참 전부터 휴대전화에 지지 문구를 쓰고 후보들을 기다렸다.
임성수 김아진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