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율 급락 경계하고 추세적 하락에도 대비를

입력 2012-11-21 19:47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위기관리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의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필요하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율 급락세에 대해 외환 당국이 이전보다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발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초만 해도 1110원대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불과 한 달 새 1080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날 외환 당국의 의지표명 덕분에 서울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소폭 오른 1083.2원으로 마감했으나 이주 들어 벌써 10원 가까이 급락해 이미 108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환율 급락은 당장 수출기업에 악재가 될 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 여하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게 될 경우 환율 급등, 유동성 위기 등을 초래할 수 있다. 예컨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현대·기아자동차 매출이 2000억원 감소한다. 여기에 기업들의 달러화 보유 액수가 늘더라도 환율 하락에 따라 원화로 환산한 현금 보유액 감소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원고 추세와 함께 엔화 약세 반전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일본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가 ‘무제한의 양적완화’를 거론하면서 엔화는 약세로 돌아서는 한편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글로벌 유동성이 엔화 대신 원화로 갈아타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구도는 한국의 수출기업에 적잖은 애로요인이 될 것이다. 양국의 수출품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21일 내놓은 ‘글로벌 자본의 신흥국 유입과 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비롯한 30개 주요 신흥국으로 흘러간 국제자본의 51%(5715억 달러)가 아시아에 편중됐다.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배경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엔화 약세 반전과 더불어 글로벌 유동자금 유입이 상대적으로 더 활발하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외환 당국이 거론하는 조치로는 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 이른바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좀더 강화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다만 이들 조치는 금융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단기외화 차입을 억제하는 것인 만큼 한계가 있다. 급격한 환율 변동에 대비한 단기외환 거래에 직접 과세하는 ‘토빈세’ 등의 도입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마땅하다.

환율 급락에 대한 외환 당국의 경계 못지않게 필요한 것이 수출기업들의 자율적인 대응이다. 환율 급락은 어떤 방식이 됐든 경계해야 하겠으나 환율 하락 추세는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경쟁력에 기대기보다 기업들의 기술경쟁력 향상과 원가절감 노력이 더욱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