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선심성 ‘택시 법안’ 본회의 처리 안된다

입력 2012-11-21 19:50

시민 볼모 삼는 버스업계 집단행동도 자제해야

택시를 대중 교통수단으로 인정해 재정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어제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이 법안이 지난 15일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처리된 뒤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선심성 법안이라는 여론이 들끓었는데 1주일도 되지 않아 법사위까지 통과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법사위는 원래 법안이 법률체계에 맞는지와 자구가 제대로 돼있는지를 심사하지만 그간 여야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은 처리를 지연시켜 한 번 더 거르는 ‘상원’ 노릇을 해왔다. 18대 국회 때 이자제한법이나 주택임대차보호법 같은 민생 법안들을 1년 이상 계류시켜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택시법’은 여야 합의 아래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나 재정 지원의 부담을 안게 될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민 부담보다 30만 택시기사의 표가 당장 중요하다는 게 아니면 문제 법안을 오래 쥐고 있어봐야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책임 의식을 느낀다면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칠 때까지 본회의 처리를 늦춰야 한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공식적으로 요청키로 한 만큼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유보하거나 표결로 부결시킨 다음 법안을 보완하고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조정하는 절차를 밟는 게 옳다.

법안 처리에 맞선 버스업계의 집단행동도 적절치 않다. 문제의 법안이 통과돼 한정된 재원으로 택시까지 지원하다보면 상대적으로 버스업계 몫이 줄어들 것이라거나 장차 택시의 버스전용차선 진입까지 허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버스는 시민의 발이다. 업계의 이익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는 것은 시민을 볼보로 삼는 행태다. 택시가 버스와 엄연히 달라 대중 교통수단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법안 반대 이유로 내세우면서 다른 한 편에서는 대중 교통수단으로서 역할을 내팽개친다면 자가당착이다. 실력 행사는 오히려 버스업계에 대한 불신을 불러일으켜 법안에 비판적인 여론을 상쇄할 수 있다.

더구나 버스는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연간 1조원에 이르는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버스준공영제가 도입된 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6개 광역시는 매년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버스회사의 손실액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 책정한 손실보전액만 2120억원이다. 사정이 이런데 손실을 메우는 재원을 세금으로 꼬박꼬박 내고 있는 시민의 발목을 잡는 것은 존립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격이다.

대중교통 정책은 국민 편익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한번 결정되면 쉽게 바꾸기도 어렵다. 결코 선거 기류에 휩쓸려 졸속으로 처리해서는 안 되는 사안이다. 필요하면 대통령 선거 이후로 처리를 미루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해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