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왕양·리위안차오 상무위원 탈락… 黨원로 비밀투표로 결정됐다
입력 2012-11-21 19:16
중국 공산당 제18차 당 대회(18대)에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왕양(汪洋·57) 광둥성 서기와 리위안차오(李源潮·62) 당 중앙조직부장이 낙마한 것은 당 원로들이 주도한 비밀투표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1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복수의 고위 소식통을 인용,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리펑(李鵬) 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당 원로들이 지난 5월과 18대 직전인 10월 말 ‘스트로 폴(straw poll)’을 통해 두 명을 낙마시켰다고 전했다. 스트로 폴은 밀짚을 날려 보면 바람 방향을 알 수 있다는 말에서 유래된 것으로, 비공식 투표 의미로 사용된다.
중국 최고지도부인 상무위원 선출 과정에서 어떤 형식이든 투표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5년 전 정치국 위원을 결정할 때는 비밀투표가 실시됐다.
시진핑(習近平)과 리커창(李克强)을 제외한 상무위원 5명을 뽑는 비밀투표는 두 차례 베이징 징시호텔 등지의 밀실에서 이뤄졌다. 투표에는 장쩌민 등 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로 10여명과 17대 정치국 위원 24명이 참여했다. 상무위원 후보는 8명이었다.
왕양은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축출 이후 유력한 상무위원 후보로 떠올랐으나 오히려 이 점이 발목을 잡았다. 개혁 성향의 왕양이 상무위원에 오를 경우 보시라이 지지 좌파가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을 당 원로들이 우려했기 때문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오른팔인 리위안차오는 10월 중순까지만 해도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이 합의한 상무위원 명단에는 들어 있었다. 그러나 18대 직전인 10월 말 당 원로들이 2차 투표를 강하게 요구했고, 이 자리에서 그의 탈락이 결정됐다. 소식통들은 당 인사권을 쥐고 있던 그가 후진타오 측근들은 대거 진급시킨 반면 당 원로들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은 게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 대신 상하이방 출신의 위정성(兪正聲)이 올라갔다.
유일한 여성 정치국원이었던 류옌둥(劉延東) 역시 1949년 공산당 집권 이후 여성 상무위원이 없었던 전례를 당 원로들이 깨기 싫어했다는 이유로 10월 투표에서 탈락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