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보다 비싼 가짜 경유… 소비자들 의심 피하려 배짱
입력 2012-11-21 19:16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진짜 경유보다 비싼 가격으로 가짜 경유를 팔아온 배짱 좋은 판매·제조업자들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화물업자들에게는 외상으로 가짜 경유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확보했고, 단속이 나오면 ‘주유기가 고장났다’고 둘러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가짜 경유를 판매한 혐의(석유 및 석유 대체연료 사업법 위반)로 주유소 사장 이모(38)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용제대리점 운영자 신모(43)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경기도 평택, 안성 지역에서 주유소 2곳을 운영하며 고객들에게 가짜 경유 18억원어치를 판매한 혐의다. 이씨는 주유소에 경유 저장탱크 3개를 설치하고 2번 탱크에만 가짜 경유를 보관했다. 평소에는 2번 탱크에 연결된 주유기로 가짜 경유를 판매하다 석유관리원이 점검을 나오면 진짜 경유가 든 1,3번 탱크와 연결된 주유기를 사용했다. 이씨는 2번 탱크와 연결된 주유기의 전원을 차단해 “고장이 났다”며 석유관리원을 속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지난해 1월 안성 주유소에서 가짜 경유를 판매하다 적발돼 영업정지 3개월의 처벌을 받기도 했다. 특히 이씨는 주변 주유소의 가격인 ℓ당 1727원보다 비싼 1785원에 가짜 경유를 판매해 소비자를 감쪽같이 속였다.
경찰은 또 2009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약 2000억원 상당의 가짜 경유 원료 용제를 주유소에 유통시킨 김모(38)씨도 함께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통시킨 원료의 양으로 미뤄 더 많은 가짜 경유 판매 주유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돼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