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票퓰리즘’에 고단한 서민들만 골탕… 버스 전면파업 돌입, 교통대란 비상
입력 2012-11-22 02:01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무리한 법안 처리 후폭풍으로 시민들이 교통대란 위기에 직면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버스업계가 반발, 22일부터 운행을 전면 중단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버스 업체는 물론 정부도 반대하는 입장인 데다 포퓰리즘 논란까지 더해져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불투명하다.
버스업계가 반대하고 있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대중교통수단으로서 택시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각종 정책 및 재정상의 지원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21일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편입해 지원하는 것은 택시 대수 감축이라는 해법을 피하고 예산 지원이라는 편법을 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재정 부담을 우려해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택시업계에서는 “서민의 ‘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고유가와 경영난에 시달리는 와중에 상대적으로 차별받아 왔다”는 논리로 법 개정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버스대란’이 발생할 경우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상대적으로 유권자 수가 많고 구전 홍보를 많이 하는 특정 이익단체에 유리한 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22일 오후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 “대중교통법에서 규정한 ‘대량수송’이라는 본원적 특성에 비춰보더라도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의 버스 운행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피해 규모를 추산하기조차 어렵다는 점 역시 본회의 상정 가능성을 낮게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시내버스의 연간 수송 인원은 55억명. 시외버스는 2억2000만명이다. 시내버스 하루 평균 이용객만 1506만명이 넘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비상 수송 대책을 마련했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되면 출퇴근 시간대를 중심으로 하루 82회 지하철을 늘려 운행하기로 했다. 또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역을 연계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400대 투입할 계획이다. 버스 운행 중단 기간 개인택시 부제를 해제해 하루 평균 1만5800대를 추가 운행하고, 승용차 요일제와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제도 한시적으로 해제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전국 192개 구간 642㎞의 버스전용차로를 해제하고 경찰 가용 경력과 모범운전자 등 1만2000여명을 교통 관리에 투입키로 했다.
코레일은 광역전철 9개 노선의 하루 운행 횟수를 2293회에서 2329회로 36회 늘려 7만2000명을 더 수송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버스 운행 중단에 대비해 2차관을 본부장으로 한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구성해 24시간 가동하고 운행 중단 현황을 계속 파악할 방침이다.
비상수송대책을 시행하더라도 버스의 수송분담률이 50%에 이른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교통 불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공무원, 공기업 직원들의 출근시간과 초·중·고교 학생들의 등교시간을 1시간 늦추기로 했다.
그러나 서울 시내버스와 달리 마을버스는 정상적으로 운행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사업자조합이 시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상 운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26개 노선 1401대의 마을버스는 모두 정상 운행한다.
대전시내버스운송조합, 광주시내버스조합도 전국버스조합의 방침과 달리 일단 정상 운행키로 결정했다. 경남·인천 등 버스 운행을 전면 중단키로 한 지역에서도 일부 버스 회사들은 정상 운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