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장관 “외환시장, 필요땐 적절한 조치 취할 것” 발언 왜?… 환율 하락세 막기 ‘최후통첩’ 한 듯

입력 2012-11-21 21:25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자 정부가 ‘최후통첩’을 하고 나섰다. 추이를 지켜보며 중장기적으로 대응하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환율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최근의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는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상황 전개에 따라 필요하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의 경고 발언이 나온 후 환율은 하락세를 멈추고 소폭 상승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00원 오른 1083.2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부가 사실상 시장 개입을 선언한 배경에는 예상보다 빠른 환율 하락 속도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주 다소 안정세를 보였던 환율은 이번 주 들어 다시 추락하기 시작했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일 대비 4.8원 하락하며 1082.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9일에 전일 대비 5.2원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이틀 만에 10원이나 내려앉은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한 달 동안 떨어지는 속도 자체가 예상보다 빠르다”면서 “시장에서는 환율이 계속 떨어지니까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생겨 달러 초과공급 상태가 이어지는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입업체들은 달러화 결제를 미루고, 수출업체들은 네고 물량(달러화 매도)을 쏟아내고 있다.

주목할 점은 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낸 부분이다. ‘필요하다면’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조

만간 대책 발표가 있음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거시건전성 강화 조치의 보완책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하는 단계”라고 못 박았다.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는 “환율 하락 속도가 더 가팔라지는 상황이 오면 실행할 수 있는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면서 “여러 가지 조치를 연구개발(R&D)하는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환율 개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거시건전성 3종 세트’ 가운데 선물환 포지션(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 비율)을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현재 외국은행 국내 지점이 200%, 국내 은행이 40%다. 이를 각각 150%, 30%로 축소하면 외환시장에 공급되는 달러를 줄일 수 있다. 은행의 비예금성 외화부채에 계약 만기별로 부담금을 차등 부과하는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높이는 방식도 고려되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