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한계로 2차 조사서도 허탕 ‘영구미제’로 남나… 의심은 가는데 또 못 밝힌 車 급발진 사고

입력 2012-11-21 18:44

정부의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조사가 원인 규명에 기술적 한계를 드러내면서 급발진 의혹이 속 시원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합동조사반을 구성해 지난해 11월 5일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관련 차량인 ‘BMW 528i’를 조사한 결과 오작동을 일으킬 만한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21일 발표했다. 국토부는 지난 8월 대구 와룡시장 그랜저 차량 등 급발진 의심사고들에 대해서도 같은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조사반은 “사고차량에 부착된 엔진제어장치(ECU)와 전자식 가속제어장치(ETCS) 등 6종을 사고 차량과 같은 BMW 528i 차량에 장착해 급가속과 제동, 전자파 내성 등을 시험한 결과에서도 기계적·전자적 이상 현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급발진 의심 정황도 있다. 사고 순간 엔진제어장치에 브레이크등이 켜졌고, 바퀴잠김방지장치(ABS)가 작동했지만 시속 214㎞까지 속도가 올라간 것이다. 하지만 조사반은 차량에 사고기록장치(EDR)가 설치돼 있지 않아 구체적인 작동시점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BMW 측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충돌로 인한 기계적 관성력에 의해 브레이크가 작동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반은 BMW 측에 충돌 사고 시 제동 장치가 작동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혀 달라는 소명을 요구하고 소명 내용에 따라 추가 조사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따라서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기계적 결함은 없지만 현재로선 급발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모호한 결론을 조사반이 내린 셈이다.

이처럼 모호한 결론이 도출된 것은 기술적인 한계 때문이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급발진이 법적으로 제조사 책임으로 확정된 사례는 아직 없다. 현재 기술로는 EDR을 토대로 급발진 여부를 추정해 볼 수 있는데, 조사 대상 포함 차량은 EDR이 없거나 기능이 떨어져 원인 규명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EDR이 장착된 나머지 2건은 현장에서 EDR이 직접 공개됐지만 YF쏘나타의 경우 EDR이 작동하지 않았고, SM5 차량은 구버전이어서 핵심 정보인 가속페달, 브레이크 작동 여부가 나타나지 않았다.

윤영한 조사반장은 “앞으로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해 공동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자동차업계 입장 등을 고려해 모호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