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감리회 태화복지재단 신경하 대표이사] “외국 선교사에게 진 빚, 가난한 나라에 갚아야죠”

입력 2012-11-21 18:33


“매미 마이어스 선교사가 91년 전 이 땅에 태화여자관(한국 최초 사회복지관)을 만들어주고 떠난 것처럼, 우리도 가난한 나라에 복지관을 세워 자립하게 한 뒤 아낌없이 넘겨줄 것입니다.”

감리회 태화복지재단 신경하(71) 대표이사는 21일 해외 복지사업의 원칙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신 대표는 지난 13일 설립 3주년을 맞은 캄보디아 바탐방 태화복지센터를 다녀왔다. 국내 42개 복지시설 운영에 주력해온 태화복지재단이 2009년 해외사업의 씨를 뿌린 곳이다. 개관 당시 2900여명이었던 이용인원은 현재 4만5000여명으로 늘었고, 사업비 규모도 4만 달러(약 4300만원)에서 21만 달러(약 2억2700만원)로 커졌다. 신 대표는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태화의 가치가 잘 실현되고 있음을 보고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마이어스 선교사의 헌신으로 태화복지재단이 꽃을 피운 것처럼, 철저하게 현지인 중심으로 복지관을 운영해 자생력을 키워주는 것이 신 대표의 방침이다. 이 때문에 바탐방 복지센터는 센터장을 제외한 직원 20여명이 모두 현지인이다. 복지 프로그램도 한시적인 구호가 아니라 문맹퇴치, 직업훈련 등 지역주민의 자생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단은 내년에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도 이와 비슷한 복지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재단은 올해부터 모금·후원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서울 인사동 태화빌딩 임대료만으로 전국의 시설 운영비 대부분을 충당해왔는데 해외사업을 하면서 재원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올해 1억여원을 모금했고 내년엔 3억원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

신 대표는 다음 달 감리회 감독회장 당연직인 태화복지재단 대표직에서 물러날 생각이다. 그는 2008년 감독회장직을 마쳤으나 감리회 파행 장기화로 후임자가 뽑히지 않아 본의 아니게 재단 대표직을 유지해왔다. 그동안 사표도 냈지만 수리되지 않았다. 신 대표는 감독회장 임기를 마칠 때 감리회 사태가 불거진 것에 대해 “변명할 수 없는, 무한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태화복지재단을 끝으로 감리회 공직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되는 신 대표는 “이제 평소 소망했던 남북관계를 개선시키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사단법인 ‘겨레사랑’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한국교회가 중심이 된 남북교류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그는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한반도에 평화가 없으며, 평화가 없는 한 정의도 실현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