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김성진] 외래관광객 2000만 시대 열려면

입력 2012-11-21 19:44


“글로벌 기준에 맞는 수용태세 필요… 시장 변화 대응하는 맞춤형 정책 나와야”

2012년 11월 21일 드디어 방한 외래관광객이 1000만명을 넘어섰다. 1961년 1만명에서 50년만에 1000배 증가한 셈이다. 남북이 분단된 우리나라가 휴전선 때문에 육로로는 출입국이 불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50년의 관광역사를 돌이켜보면 외래관광객이 크게 증가한 시기가 네 번 있었다. 첫 번째는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까지다. 이 때는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두 번째는 1980년대 후반으로 서울올림픽 개최로 국가 이미지가 향상된 덕분이었다. 세 번째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로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가격경쟁력이 높아진 1990년대 후반이다.

외래관광객이 급증한 네 번째 시기는 2008년 이후 최근 5년이다. 이번에는 비자제도 개선, 환율과 한류 효과 덕분이었다. 외래관광객 수를 기준으로 할 때 세계 상위 25개 국가의 2007년 대비 2011년의 외래 관광객 성장률은 평균 9.3%에 불과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51.9%로 압도적이다. 2위 태국(32.0%), 3위 터키(31.9%), 4위 싱가포르(30.6%), 5위 홍콩(30.1%)과 비교해도 놀라운 성장이 아닐 수 없다.

외래관광객 1000만명 시대의 관광정책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양적 성장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목표이다. 지난 세 차례의 빠른 성장 뒤에는 항상 관광객 수가 감소하거나 정체하는 기간이 있었다. 외래관광객 1000만명 달성은 2000만명 유치를 향한 새로운 출발점이다.

2020년의 외래관광객 수는 1991년 이후의 연평균 증가율을 적용하면 1900만명, 최근 10년의 평균 증가율을 적용하면 2200만명으로 추정된다. 외래관광객 2000만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시장 특성과 변화에 대응한 맞춤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최근 5년 동안의 빠른 성장은 중국관광객 증가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중국인의 해외여행 가운데 한국을 방문하는 비중은 3%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중국 아웃바운드의 5%를 차지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일본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관광시장이다. 일본인의 해외여행이 정체상태에 있지만 연간 320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큰 시장이다. 또한 비중은 낮지만 성장률이 높은 홍콩,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동 등 신흥시장에 대한 마케팅 강화도 필요하다.

양적 성장과 함께 만족도와 재방문율 제고, 체류기간 연장, 소비지출액 증대, 지속가능성 확보 등 질적 발전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질적 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택시요금 부풀리기, 바가지 상혼, 쇼핑 강요 등 글로벌 기준에 어긋나는 우리의 수용태세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아울러 수도권과 부산, 제주에 편중된 외래관광객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관광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 수준을 높여야 한다. 관광호텔 등급제와 우수여행상품 인증제 등이 있지만 질적 발전을 담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관광산업의 혁신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관광사업체는 대부분 영세하거나 중소규모 이하라 생산성이 미국과 일본의 3분의 1 수준이다. 관광서비스 연구개발(R&D)을 확대해 관광사업 프로세스 개선을 유도하고, 글로벌 관광기업과 강한 중소 관광기업을 육성하며, 1200달러 선에서 정체되어 있는 1인당 지출액을 높이기 위해 고부가가치 복융합 관광상품도 개발해야 한다. 전시박람회산업(MICE)과 의료관광에 이어 산업관광과 종교관광 등 새로운 복융합 상품이 필요한 이유다.

더불어 재정, 법률, 조직 등 정책 투입요소의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국내총생산(GDP) 기여도, 고용 창출, 내수 진작 등 관광산업의 효과에 비해 관광예산은 정부예산의 0.3%에 불과하다. 관광재정 확충과 함께 관광법제 개편, 관광행정체계 확대개편 등이 뒷받침되어야 2000만명 시대를 열 수 있다.

김성진(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산업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