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천재의 뇌

입력 2012-11-21 19:43

천재의 뇌 구조는 어떻게 다를까. 인류가 오랫동안 품어온 의문이다.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과학자들은 수백년 전부터 천재들의 뇌를 해부하고 연구해 왔다. 다윈의 진화론이 나온 19세기에는 뇌의 용량과 크기가 지적 능력과 연관 있을 것이라는 연구가 활발했다.

세계 3대 수학자 중 한 명이자 ‘수학의 왕자’로 불리는 독일의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1777∼1855)는 3살 때 아버지의 장부에 있는 계산착오를 잡아내고, 초등학생 때 1부터 100까지 합을 푸는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몇 초 만에 풀어낸 영재였다. 그가 죽은 후 그의 뇌를 연구한 루돌프 바그너는 뇌 무게가 1492g으로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만 일반인 뇌보다 주름이 더 많이 발견돼 이것이 천재성과 연관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레닌은 1924년 1월 21일 뇌출혈로 사망한 후 모스크바 붉은광장의 석실에 시신이 안치돼 일반에 전시됐지만 뇌는 따로 뇌연구소에 보관돼 왔다. 레닌의 천재성을 알려야 한다는 스탈린 지시에 따라 과학자들은 그의 뇌를 꺼냈고 31만개로 해부해 690장의 사진을 찍었다.

20세기 최고의 천재 물리학자로 칭송받았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뇌에 대한 연구는 수십년간 진행돼 왔다. 아인슈타인이 1955년 76세에 사망한 뒤 부검을 맡았던 병리학자 토머스 하비는 아인슈타인의 뇌를 여러 조각으로 잘라 과학자들에게 보냈다. 하비는 여러 각도에서 14장의 사진을 찍고,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위해 240개 조각으로 얇게 잘라 포름알데히드 용액이 든 병 안에 그의 뇌를 보관했다. 수십년간 연구 결과 아인슈타인의 뇌 무게는 1230g으로 성인 남성 평균인 1400g보다 가벼워 뇌가 무거울수록 지능지수도 높다는 그동안의 연구결과를 뒤집었다. 다만 시공간을 인지하고 수학적 사고를 돕는 두정엽이 일반인보다 15% 넓어 이것이 천재성과 관련 있지 않느냐는 추측이 있었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연구진은 아인슈타인의 뇌 사진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의식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 표면의 회백질, 그중에서도 추상적 사고나 계획과 관련된 전두엽 부위에 일반인보다 많은 주름이 잡혀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과학잡지에 발표했다.

생전의 아인슈타인은 유명세를 타는 것을 질색했고 자신이 죽은 뒤 화장하길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후세 과학자들의 지적 호기심은 천재를 무덤 속에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니 죽어서도 천재는 괴롭다.

이명희 논설위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