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 청년가장의 힘겨운 겨울나기… 현장르포 동행 ‘아버지, 걱정 마세요’

입력 2012-11-21 18:14


현장르포 동행 ‘아버지, 걱정 마세요’(KBS1·22일 밤 11시40분)

스물여섯 청년 박대건씨. 유명 헤어디자이너를 꿈꾸며 미용실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열심히 일하면 뭐든 이룰 수 있는 젊은 나이라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아버지가 쓰러지고 나서 모든 게 정지됐어요. 아버지가 했던 일을 제가 해야 하는데 막상 하려니까 너무 힘들어요.” 대건씨 아버지 박승두(51)씨는 지난 9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다 뇌출혈로 쓰러졌다. 두 번에 걸쳐 뇌수술을 받았으나 기억력이 온전치 못하고 거동도 불편하다. 수백만원의 병원비를 빚졌다.

대건씨가 더욱 마음 아파하는 것은 대학 진학도 포기한 채 아버지 병간호에 힘쓰고 있는 여동생 선주(19)를 보는 것이다. 어머니는 6년 전 생활고로 집을 나갔다. 여기에다 형편이 어려운 사촌 동생 영현(18)이까지 책임져야 한다. 영현이는 학교 다니는 틈틈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다.

평생 소아마비 장애를 가진 아버지는 쓰러지기 전까지만 해도 대건씨 등 셋을 홀로 키우셨다. 대건씨는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너무나 잘 알아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 요즘 그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미용실을 그만 둘까 고민 중이다. 병원비와 생활비 감당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의 집은 축사에 비닐을 씌운 비닐하우스이다. 겨울은 다가오고 있는데 보일러가 고장 나서 난방이 안 되는 상태다. 변변한 끼니도 없어 영현이가 편의점에서 가져오는 유통기한 초과 음식으로 때우기 일쑤다. 병간호를 하는 선주가 무엇보다 가슴이 아픈 것은 기억을 잃고도 자주 엄마를 찾는 아빠의 모습이다. 결국 선주는 엄마를 찾아 집을 나서는데….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