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기대기 전법

입력 2012-11-21 18:16


입신의 경지에 오른 9단들만이 참가할 수 있는 기전인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이 치열한 예선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본선 24강전에 돌입했다. 올해로 14회를 맞는 맥심커피배는 이번 대회에 카누포인트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전기 4강 시드 4명과 세계대회 및 국내대회 성적랭킹 상위자 4명을 포함한 총 8명에게 본선시드를 배정해 예전보다 더욱 막강한 대진을 갖추었다.

그 가운데 여자 기사로는 박지은 9단과 조혜연 9단이 출전했다. 박지은은 조훈현 9단에게 패하며 예선 결승에서 탈락했고, 조혜연은 서능욱 9단을 제압하며 본선에 합류했다. 본선 24강전에서 조혜연과 최규병 9단이 만났다. 최규병은 제1회 맥심커피배 우승을 차지했던 관록 있는 기사. 하지만 최근의 흐름을 본다면 조혜연이 밀리지 않는 상황. 바둑은 초반부터 기세와 힘의 충돌이었다.

<장면도> 초반부터 중앙전으로 돌들이 서로 얽혀 있는 상황. 중앙에서 흑이 1로 두 칸을 띄며 백을 포위하니 백이 2로 한 칸을 뛰어 들여다 본 장면이다.

<참고도> 당연히 흑1로 막는 것이 일감이지만, 백2로 늘었을 때 A와 B가 맞보기 자리로 다음의 흑의 응수가 없다.

<실전도> 흑1로 붙여가는 수가 멋있는 맥점. 중앙을 바로 받기보다는 상대방 돌에 붙여 상대의 응수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 일명 ‘기대기 전법’이다. 백이 순순히 받아준다면 다시 5로 붙여 좌변과 중앙을 노려볼 수 있다. 실전에는 백2로 반발했지만 역시 3을 교환 후 5로 붙여가며 복잡한 싸움으로 이끌어갔다.

이처럼 바둑에서는 상대에게 기대어 상대의 응수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은 작전이 될 수 있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