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9만명 시대, 속을 들여다보니… 대학들 유치 급급 수업 질·관리 뒷전
입력 2012-11-21 19:05
국내 외국인 유학생이 9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지도가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국내 대학들이 재정 확보 차원에서 해외 학생 유치에 적극 나선 결과다.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서비스 개선 경쟁도 대학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학생 유치에만 급급해 학생들의 수준이나 수업의 질 향상은 뒷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세대는 올 봄부터 ‘유학생 명예경찰 제도’를 운영 중이다. 관할 서대문경찰서와 협조해 남녀 유학생 4명씩 선발해 경찰서와 일선 지구대를 방문하고 학교 주변 순찰활동에 투입한다. 연세대 관계자는 21일 “직접 경찰 체험을 해보면서 안전 문제 등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고, 유학생들끼리 안전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교와 힌두교, 불교 문화권에서 온 학생을 위해 예배공간을 마련한 학교들도 많다. 고려대는 기숙사 안에 기도실을 설치했고, 이화여대도 3개 종교권 학생들을 위해 ‘다문화명상실’을 만들었다. 연세대는 유학생 쉼터인 ‘글로벌 라운지’ 내부에 예배실을 설치했다. 성균관대는 외국인 교환학생들이 한국 학생과 짝을 이뤄 한국 문화를 체험하도록 하는 ‘하이클럽’ 제도를 실시 중이다.
경희대의 경우 지난해 12월 수도권에서는 처음으로 외국인 유학생 총학생회가 출범했다.
총학생회는 유학생들의 한국 적응을 서로 돕고 학교 측에 복지향상을 요구하는 통로가 되고 있다. 유학생 총학생회장 하운(경영학과·중국)씨는 “(학생회 활동으로) 한국 학생에 비해 장학금 혜택이 적은 것을 일부 개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들이 시설이나 서비스 개선뿐 아니라 수준 높은 외국 학생들을 뽑기 위해 입학 절차를 강화하고, 수업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희대 총학생회장 박지하씨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수업을 따라가는 것에 어려워하고 있다”며 “다양한 프로그램도 좋지만 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는지 점검하고 보완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외국인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자질이 떨어지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입학 자격 심사나 사후 관리가 부실해 유학생들이 하루아침에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는 사례도 있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도입한 외국인 유학생 인증제도는 이러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 최근 대학마다 유학생 전담 기구를 속속 설치하는 것도 인증제나 대학평가 대비용이란 분석도 있다.
서울 A대학 신모(25)군은 “외국인 유학생을 마구잡이로 뽑던 대학들이 유학생 지원센터를 설치하는 건 평가를 잘 받기 위한 이유도 있다”며 “유학생들은 학교 재정확충에 필요한 수단이 아니라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말했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지난 10월 현재 총 8만7278명(언어연수 포함)에 이른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5만9793명으로 가장 많고, 몽골(4916명), 베트남(3261명), 일본(2880명), 미국(1233명) 순이다. 학교별로는 연세대(3450명), 경희대(3045명), 성균관대(2083명), 건국대(2000명), 고려대(1799명) 순이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