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관광객 1000만 시대] ‘한류의 나라’ 발길 부쩍, 관광대국 반열 오르다
입력 2012-11-21 19:26
올해 1000만번째 외국인 관광객이 21일 오전 입국함으로써 외래관광객 1000만명 시대가 열렸다. 외래관광객을 집계하기 시작한 1955년 6월 부산에서 캐나다인이 첫발을 내디딘 이후 한 해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래관광객은 78년 100만명, 2000년 500만명을 달성하고 지난해 980만명을 기록한 뒤 올해 1000만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이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함께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외래관광객 1000만명 달성 기념행사를 가졌다. 최광식 문화부 장관은 1000만번째로 입국한 중국인 리팅팅(28·여)씨에게 꽃다발과 기념패를 증정했다.
지난해 동일본 원전 방사능 유출, 올해 중·일 영토분쟁 등 주변국의 대형 관광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관광은 올 들어 10월까지 전년 대비 17%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수지도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문화부는 연말까지 100만여명이 더 입국할 것으로 보고 올해 외래관광객이 11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까지 입국한 중국관광객은 지난해보다 29.5% 증가한 244만명이고 일본관광객은 300만명으로 지난해보다 14% 늘었다. 미국관광객은 경제성장 둔화와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5.8% 증가한 60만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동남아 관광객은 9.7% 증가한 150만명이 입국해 한류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외래관광객 급증에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문화가 일등 공신. 일본에서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인 남이섬에는 여전히 일본인 관광객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서울 명동은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외국의 거리를 연상하게 한다. 최근에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외국인들이 광화문 앞에서 ‘말춤’ 플래시몹을 펼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숙박시설 부족과 기승을 부리는 바가지 상술 등 아직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도권 호텔 수요는 3만6300실인 데 비해 공급은 2만8000실에 그쳤다. 관광객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8300실 이상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중국인 단체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저가관광의 폐해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중국여행사의 하청을 받기 위해 한국 업체끼리 사활을 건 저가경쟁을 벌이고 쇼핑관광을 강요하는 부작용으로 한국관광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격에 걸맞은 관광선진국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앞장서서 고부가가치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더 이상 한국이 저가관광지로 인식되는 현실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최 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주요 20개국(G20)과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한류열풍으로 인한 국격 제고,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 등으로 외래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열었다”며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 대규모 국제회의를 유치하고 고부가가치 관광상품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 Key Word - 외래관광객이란
세계관광기구(UNWTO)에서 국가별 관광통계를 정확하게 비교하기 위해 제안한 권고안에 따라 총 외국인 입국자 가운데 외교관·군인·재외국민 중 영주권자는 제외하고 나머지 재외국민과 항공사 승무원을 포함한 입국자를 의미한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