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걸렸던 월드비전 직원 “육체이탈 하려는듯 고통 상상이상 면역력 약한 어린이에 죽음의 병”
입력 2012-11-21 17:59
육체 이탈이라도 하려는 듯 온몸이 천장으로 붕 뜨는 느낌이었다. 옴짝달싹 못하고 가만히 누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몸을 움직일 아주 조금의 힘도 없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내렸고 펄펄 끓는 열이 온몸을 마비시켰다. 그때 의사가 다가와서 말했다. “열대 열원충으로 판명 났습니다. 악성 말라리아지요.”
지난 9월, 나는 말라리아에 관한 리포트를 작성 중이었다. 인터뷰를 위해 말라리아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있는 말리 시골 보건소를 방문했다. 네 살밖에 돼 보이지 않는 남자 아이가 엄청난 고열과 구토에 시달리는 걸 보았다. 그 아이가 혹시 죽으면 어쩌나 전전긍긍하고 있는 아이의 부모도 만났다. 이 인터뷰를 토대로 말라리아 예방물품을 요청하는 글을 쓰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어지럼증과 미열을 느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혈변(血便)까지 나오는 것이었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병원을 도착해 차에서 내릴 땐 나는 동료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서야 겨우 걸을 수 있었다. 의사는 내가 다행히 병원으로 빨리 올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손상은 없다고 안심시켰다.
밤이 되자 몸은 열로 여전히 펄펄 끓고, 내가 다시 살 수 있을 거란 확신도 없어졌다. 하나님께서 항상 함께하신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아픔에 모든 것이 희미해져 갔다. 내 팔에는 4인치짜리 링거 주사 두 개가 꽂혔다. 한 병은 해열제, 한 병은 ‘퀴닌’으로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약이었다. 처음 30분은 팔이 온통 타는 것 같고 얼얼했다. 얼마 안 있어 열이 내리자, 의사는 해열제를 항생제로 바꿨다.
다시 나는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보여주신 수많은 기적과 사랑을 떠올리려 노력했다. 더불어 말라리아가 없는 세상을 너무나 간절히 꿈꾸기 시작했다. “하나님,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 고통스럽습니다. 저같이 건장한 성인도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연약한 이 아이들은 어떠하겠습니까” 하고 나는 울부짖었다.
그러나 나는 매우 다행스러운 경우였다. 병원이 가까운 데 있어서 치료할 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일을 겪은 후 말라리아로 고생하는 아이들에게 더욱 마음이 쓰였다. 이곳 아이들은 영양실조인 경우가 많기에 면역력도 그 누구보다 약하고, 병원을 오려면 하루는 족히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손을 쓰기엔 늦는 일이 부지기수다.
매해 60만명의 어린 아이들이 말라리아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 말라리아는 치료 가능한 질병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아이들에게 말라리아는 ‘죽음의 병’이다. 부디 이 고통 받는 아이들을 위해 전 세계에서 도움의 손길과 기도가 계속되기를 희망한다.
저스틴 더글라스(월드비전 말리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