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뽕’ 촬영지에 영화기념관 건립 논란

입력 2012-11-20 21:06

울산시 울주군이 영화촬영지의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옛 마을에 영화기념관을 짓겠다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울주군은 8억7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울주군 삼동면 조일리 보삼마을에 연면적 300㎡의 영화기념관을 건립한다고 20일 밝혔다. 내년 2월 착공에 들어가 10월까지 건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전국 유일의 억새지붕 초가집들이 있었던 이 마을은 1980년대 중반 영화 ‘뽕’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그 후 ‘씨받이’ 등 모두 6편의 영화가 제작되면서 이 마을은 영화촬영지로 부각됐다. 덕분에 2002년에는 한국영상자료원으로부터 ‘영화의 고향’ 10곳 중 하나로 지정됐다.

그러나 현재 이 마을에는 촬영무대로 사용됐던 억새집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현대식 건물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60년대까지 34가구 100여명의 주민이 거주했지만 현재 억새지붕을 인 집은 주인 없는 1채만 남아 있다. 그나마 이 집도 벽에 구멍이 뚫려 있는 등 폐가처럼 돼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우물, 담장 등 옛 풍경들은 거의 사라지고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영화 속 아낙네들의 빨래터였던 마을 중앙의 실개천은 시멘트 포장으로 덮여 버렸다. 이젠 아무 볼 것 없는 평범한 마을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마을에 영화기념관을 건립하기보다는 억새초가 마을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정책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울주군의회 박동구 의원은 “현재 보삼마을에는 대부분 현대식 주택으로 바뀌어서 옛 풍경이 남아 있지 않다”면서 “특히 이 마을에서 제작된 영화는 대부분 성인영화이기 때문에 관람 수요도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울주군의회는 다음달 내년도 예산안 심의 때 영화기념관 건립 사업비를 삭감할 방침이다.

하지만 울주군 관계자는 “문화적 자산의 가치가 높은 시대에 과거 영화촬영지로 각광 받았던 보삼마을에 기념관을 짓는 사업은 그 의미가 크다”며 사업에 대한 의지를 거두지 않고 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