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여의사의 라오스 오지 주민 사랑… KBS1 ‘수요기획’

입력 2012-11-20 21:15


수요기획(KBS1·21일 밤 12시)

‘콥짜이 라이 닥터 고’ 편. ‘콥짜이 라이’는 라오스 말로 ‘고마워요’이다.

라오스 북부 농헷지역은 우리로 치면 군단위이나 산간오지라서 접근이 쉽지 않다. 읍내라고 해도 우리의 면사무소 소재지 정도의 작은 마을이다. 특히 소수민족 마을에 가려면 최소 3시간 걷는 것이 기본이다. 비만 왔다하면 길이 두절되기 일쑤다. 이런 오지에서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파견으로 3년째 일하고 있는 50대 한국인 여의사 ‘닥터 고’, 고은영씨가 있다.

라오스 북부 지역민은 움막 같은 환경에서 아이를 낳고 산후 조리도 제대로 하지 않다보니 영아 및 산모 사망률이 높다. 농헷 한 오지 마을엔 6개월 된 신생아 ‘총’이가 산다. 어머니는 총이를 낳으면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닥터 고는 총이를 엄마처럼 돌본다. 닥터 고는 총이를 비롯한 마을 사람에게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나 다름없다. 항생제 한 알이 생명을 살리는 귀한 약이고, 연고만 발라주는 가벼운 치료도 대수술 버금가는 의술이다.

그러나 그의 발길엔 늘 위험이 도사린다. 농헷지역은 인도차이나 전쟁 당시 미국이 엄청난 포탄을 퍼부은 곳. 200만t이 쏟아졌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곳곳에 묻혀 있는 불발탄이 언제 어느 곳에서 터질지 모른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맨발로 들과 산을 누비며 자란다. 불발탄이 터지는 바람에 발목이 나간 주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편 닥터 고가 찾은 까무족은 아예 외부 손님을 꺼리는 폐쇄적인 소수민족이다. 하지만 그들이 경계를 풀고 맞는 사람이 바로 여의사 닥터 고이다. 그와 헤어질 때 사람들은 말한다. “콥짜이 라이.”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