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대신 희생양된 주민들… 가자지구 170만명 거주, 무차별 폭격에 희생 급증
입력 2012-11-20 19:14
한 늙은 남성이 시신 앞에서 주체할 수 없는 통곡을 터뜨렸다. 라닌과 자말, 다섯 살과 일곱 살 두 아이의 피 묻은 시신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깃발에 싸인 채 하관(下棺)을 앞두고 있었다. “우린 늘 이렇게 묻곤 했었지.” 아이들의 할아버지쯤 되는 이 노인은 시신을 보며 중얼거렸다. 지난 19일 가자시티의 국립묘지에는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순간 로켓이 굉음이 내며 빠른 속도로 떨어졌고 국립묘지 일대에 불꽃이 일었다. 장례식은 중단됐다.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사람들은 울부짖었다. “신은 위대하시다!” 참혹한 고통 속에서 신을 찾는 슬픈 절규는 묘비 사이에서 울러 퍼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0일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교전 이레째인 이날 총 사망자는 110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전력 차이로 대다수 피해가 집중된 가자지구 주민들과 하마스 대원을 구별하는 게 쉽지 않아 민간인 피해는 증가할 전망이다. 가자는 서울 절반 면적에 170만명이 밀집된 데다 서방에 비해 가문이 중시돼 혈연으로 얽힌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로부터 떨어지지 않으면 시민들의 사살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마스는 2006년 1월 25일 치러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총선에서 40년간 집권한 파타당을 누르고 제1당이 됐다. 현 정치국 의장이자 당시 지도자였던 칼리드 마샤알은 총선 직전 가진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무장투쟁 대신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 회복에 집중한다고 밝히는 등 실용 노선을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까지 구체적 로드맵을 실천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WP는 이스라엘이 ‘테러 장소’라고 지명한 건물이 하마스 입장에선 사회 기반시설이라고 전했다. 하마스 대원들은 경찰청, 세관, 정부 각 부처에도 진출해 있다. 집권 이전부터 하마스는 학교, 병원 등을 소유하며 사회복지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2002년 이스라엘 예루살렘 버스 폭발사건 등 각종 테러를 일으킨 하마스에 대한 평가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집권당과 테러단체 사이에서 엇갈리고 있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