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25년] 혁신… 또 혁신… 국내 3위 기업이 글로벌 최강자로
입력 2012-11-21 01:24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경영권 승계 25주년을 맞았다.
이 회장이 공식 취임식을 가진 것은 1987년 12월 1일이지만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이 별세한 다음날인 11월 20일부터 회장직을 수행했다.
‘이건희 체제 25년’ 동안 삼성이 그동안 겪은 변화는 드라마틱하다. 87년 당시만 해도 삼성은 현대그룹과 대우그룹에 뒤처지는 국내 3위 기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의 삼성이 국내 정상을 넘어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는 데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낸 삼성의 키워드는 ‘혁신’이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윌슨 로스만은 “삼성은 혁신자(Innovator)다. 모두가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을 삼성은 내놓는다”고 했다. 이 같은 삼성의 저력은 끊임없이 혁신을 주문해온 이 회장의 생각과 일치한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꾸라”는 말로 지금까지 회자되는 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신경영 선언)에서 절정을 맞는다. 이어 “삼성의 미래는 신사업·신제품·신기술에 달려 있다. 실패는 삼성인에게 주어진 특권이며 도전하고 또 도전해야 한다”고 한 올해 신년사까지, 이 회장은 꾸준히 혁신의 메시지를 강조해왔다.
2010년 2년여 만에 경영에 복귀하면서 이 회장은 첫 일성으로 ‘위기론’을 꺼냈다. 한마디로 안주 하지 말고 혁신하라는 메시지를 임직원들에게 보낸 것이다. 최근에는 삼성 인적 구조에 변화를 몰고 올 ‘지방대생 채용 비중’ 확대를 지시했다. 이 이면에는 ‘삼성=엘리트’라는 순혈주의에 안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이 회장의 혁신경영은 미래를 대비한 인재 채용에서도 진면목을 드러냈다. 2002년부터는 계열사별로 월별 핵심 인력 확보 실적을 챙기기 시작했고,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도 인재 영입 실적이 사장 업적 평가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이 회장은 전자 사장단과 당시 구조본 임원들에게 “앞으로 나 자신의 업무 절반 이상을 핵심 인력 확보에 둘 겁니다. 핵심 인재를 몇 명이나 뽑았고 이를 뽑기 위해 사장이 얼마나 챙기고 있으며 확보한 핵심 인재를 성장시키는 데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사장 평가 항목에 반영하도록 하십시오”라고 지시했다.
여성 채용 인력 비중을 30%로 끌어올리고, 1994년 단행한 학력과 성별 철폐도 재계의 채용 트렌드에 혁신 바람을 몰고 왔다.
올 초 출간된 ‘이건희 27법칙’이라는 책은 이 회장이 27가지 법칙에 근거해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 법칙 중 하나인 ‘연’은 하늘에 떠 있는 연처럼 멀리 보면서 ‘기회는 위기에서 포착하고, 기회에선 위기를 대비하라’는 것이다.
이 회장의 취임 25주년을 맞은 삼성이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위기에 맞서 어떤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낼지 주목되는 이유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