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시 흔드는 ‘검은 머리 외국인’ 손본다
입력 2012-11-20 19:02
최근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우리 증시를 쥐락펴락하며 흔드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 금융당국이 본격적인 손보기에 나섰다. 특히 ‘검은머리 외국인’의 시장 교란행위 등 외국인 투자자의 각종 편법·탈세를 막아 시장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국내 모든 은행·증권사 준법감시부서에 ‘외국인 투자자 상임대리인 업무관련 유의사항’을 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상임대리인은 외국인 투자자를 대신해 주주권 행사·명의개서·매매주문 등을 하는 금융회사를 말한다. 국내 증시에서 ‘비회원’으로 분류돼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금융회사가 상임대리인으로 지정돼야만 거래를 할 수 있다.
그동안 상임대리인 역할을 하는 국내 금융회사들은 외국인 투자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금감원이 이달 초 6개 금융회사(은행 4곳·증권사 2곳)를 선정해 외국인 투자등록과 장외거래 신고 등을 현장 점검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대표적으로 본점이 해외에 있는 일부 외국계 금융회사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 계좌조회에 오랜 시간이 걸려 관리·감독이 어려웠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각 은행·증권사에 외국인 계좌 관리와 내부통제를 철저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외국인 관련 업무의 전담자를 지정하고, 외국인의 투자등록 신청을 받을 때에는 금융회사가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공적서류 원본을 갖고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이 파악하는 외국인 투자자 집단과 실제 금융회사에 등록된 외국인의 명단을 수시 대조할 계획이다.
이는 실제 외국인 투자자가 아니면서 외국인 투자자를 가장한 ‘검은머리 외국인’이 일으키는 혼란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다. 검은머리 외국인은 국내 증시가 외국인 매매동향에 쉽게 흔들리고, 외국인 투자자가 차지하는 영향력이 큰 점을 악용한다.
금감원은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내역 관리도 강화했다. 장기간 거래내역이 없는 외국인 계좌에 대해서는 투자등록 취소를 유도하고, 등록이 말소된 외국인 계좌에서 매매주문이 이뤄지는지 점검키로 했다. 여기에다 외국인의 증권 매매내역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장내·장외거래, 기타 입출금 내역까지 하나하나 전산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전산시스템이 해외 본점에 있더라도 국내에서 즉시 조회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게 했다.
공매도(주식을 빌려서 미리 판 다음 주가가 하락한 뒤 싼값에 사들여 차익을 챙기는 것) 관련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등 외국인 투자자의 편법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공매도 가운데 무차입 공매도(대차주식이 없는 상태에서의 공매도)가 상당수준이라고 본다. 우리 증시에서는 무차입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주식을 별도 수탁은행 계좌에 보관하고 있어 금융당국이 무차입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의 각종 편법이 차단될 것”이라며 “외국인의 장외거래까지 추적한다는 것은 탈세를 막기 위한 조치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