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자체개혁 카드 꺼낸 한상대 총장 “이번에 안바뀌면 검찰 공멸” 위기감
입력 2012-11-21 01:19
한상대 검찰총장은 지난해 8월 취임식에서 ‘검찰 내부 비리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깨끗한 검찰 문화는 반드시 넘어야 할 고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취임 1년3개월 만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대국민 사과문을 내놔야 했다. 서울고검의 김광준(51) 검사가 19일 최악의 ‘뇌물 검사’라는 치욕을 안고 구속된 직후였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검찰 개혁을 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한 총장도 줄곧 감찰 강화를 공언해 왔던 터라 김 검사 사건은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다. 한 총장은 타개책으로 ‘강력한 감찰 체제 구축’과 ‘전향적인 검찰 개혁 추진’ 방안을 제시했다.
그간 내부 비리가 터질 때마다 꺼냈던 수습책들과는 차원이 다른 개혁안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은 2010년 6월 ‘스폰서 검사’ 파문이 일자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검찰권의 국민 통제’를 핵심으로 하는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다. 감찰본부와 검찰시민위원회 신설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검사 비리를 수사하는 특임검사제 역시 이때 도입됐다.
그러나 몇 달 뒤 이른바 ‘그랜저 검사’ 사건이 터졌고, 지난해 11월에는 ‘벤츠 여검사’ 스캔들이 불거졌다. 김광준 검사의 경우 수년 전부터 거액의 금품을 챙겨 왔지만 검찰 자체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았다. 검찰 수뇌부의 천명과 달리 현장 감찰 시스템이 마비됐던 탓이다.
한 총장은 사과문 발표 전 “김 검사가 구속되면 내가 나서서 사과하겠다”는 의지를 대검 고위 간부들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과문구도 직접 썼고, 이례적으로 사진 촬영에 응하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이에 따라 한 총장이 “이번에 바뀌지 않으면 검찰이 공멸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 게다가 검찰 안팎의 요구도 거세다.
검찰 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20일 “감찰본부를 만들어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감찰 기능이 상시적·실질적·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업무상 과오 등도 철저히 감독해 검사들이 권력기관이란 오만함을 던지고 스스로 겁을 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검사는 검찰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대선 이후 대검 중수부 폐지와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 논의될 때 검찰이 거부하거나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일수록 국민들로부터 지탄받게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다른 검사는 “수사지휘권을 계속 행사하려면 최소한 검찰 비리라도 공수처 등 외부에서 수사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일본 검찰이 지난해 7월 도쿄·오사카·나고야 등 3개 지검 특수부의 독자 수사를 축소하고 외부 전문가 등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발표한 것을 참고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