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超저출산 덫’에 갇힌 한국… 경기침체 영향 11년째 ‘자녀 1.3명 이하’ 지속
입력 2012-11-20 22:38
출산율에 영향을 주는 체감경기가 하락하면서 11년째 초저출산 시대를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장기 초저출산 국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초저출산(lowest-low fertility rate)’이란 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자녀수가 1.3명 이하인 경우를 가리킨다. 지금까지 최장기 국가는 1993년 이래 11년간 초저출산을 겪은 이탈리아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저출산고령사회연구실장은 ‘제1회 인구·고령화 포럼’ 발제문 ‘인구구조 변화의 파급효과와 정책과제’를 통해 “한국에서는 출산율이 2001년 1.3명으로 떨어진 뒤 초저출산이 11년째 장기화되고 있어 미래 사회의 심각한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며 “경기전망도 암울해서 출산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저출산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초저출산이 반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위험하다. 이미 1992∼1995년 초저출산 시대를 경험한 독일과 2003∼2005년 출산율이 1.3명 이하로 떨어졌던 일본은 국가적인 노력으로 3∼4년 만에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반면 한국은 갖가지 출산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2001년 이후로 출산율이 1.1∼1.2명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사회가 ‘저출산의 덫’에 걸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저출산의 덫’의 징후는 △가임기 여성수 감소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자녀수 하락 △부모보다 자녀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 하락 3가지가 꼽힌다. 지난해 핵심 출산층인 15∼39세 여성 인구는 26년 만에 처음 90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이 밖에 미래 인구구조 전망을 암울하게 하는 한국 저출산의 특징으로는 출산율의 급격한 하락과 세대 간 인구수 격차가 지적됐다. 1960년 6명이던 출산율은 지난해 1.24명으로 80% 가까이 떨어졌으며 이로 인해 세대 간 최대 40만∼50만명의 인구수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