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농구 ‘용병 파워’… 외국인 선수 출전으로 판세변동

입력 2012-11-20 18:27

지난 18일 용인에서 열린 여자 프로농구 안산 신한은행과 용인 삼성생명의 경기. 1쿼터 중반 신한은행의 ‘절대높이’ 하은주(2m2)가 쏜 골밑슛을 삼성생명의 외국인 선수 앰버 해리스(1m94)가 그대로 블록슛을 해버렸다. 앞으로 변화될 여자 프로농구 판도의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2007년 겨울리그 이후 5년 만에 외국인 선수 제도를 부활해 18일부터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어느 정도 판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외국인 선수가 뛴 세 경기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충격파 그 자체였다.

프로스포츠 전인미답의 6시즌 통합 챔피언에 오른 신한은행은 외국인 선수 도입 이후 내리 2연패를 당했다. 신한은행은 접전을 펼치면 하은주를 투입, 거칠 것 없는 제공권으로 상대를 패퇴시킨 팀이다. 하지만 용병 제도 도입으로 이 같은 메리트가 사라졌다. 하은주는 삼성생명전에서 득점 ‘0점’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19일 신한은행과 구리 KDB생명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KDB생명의 외국인 선수 비키 바흐가 따낸 리바운드는 무려 20개. 신한은행 선수 전체가 기록한 리바운드(22개) 숫자와 맞먹는 수치였다. 그동안 월등한 제공권을 무기로 경기를 압도한 신한은행이 오히려 높이에서 밀린 것이다. 경기 후 임달식 신한은행 감독은 “우리 팀 선수들이 다들 젊기 때문에 외국인 선수와 뛰어본 경험이 없었다”며 “파워와 높이에서 밀리니 많이 당황하더라”고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용병 파워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바로 국내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외국인 선수들의 장단점이 곧 파악되기 때문이다. 실제 18일 경기에서 15점차 완패를 당한 신한은행은 다음날 경기에선 1점차로 분패했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대비가 곧 이뤄진다는 대목이다. 신한은행 임 감독은 경기 전 선수들이 몸을 풀 때 상대 외국인 선수를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 않고 유심히 지켜봤다. 임 감독은 “상대에 대한 정보를 전혀 가지고 있지 못하고 경기를 하는 구조였다”면서 “용병 때문에 판세가 변했다는 말은 아직 이르다. 시간을 갖고 지켜보자”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