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외환위기 이후 15년] 떨어진 체력… 신용등급 상승 성장잠재력은 하락
입력 2012-11-20 21:31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지 21일로 15년째를 맞는다. 그 사이 국가 신용등급이 한 단계 올라서는 등 국가 경쟁력은 다소 높아졌다. 차입 경영에 의지하다 부도 도미노를 맞았던 기업들도 체질 개선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성장률이 급속히 둔화되고 나라 빚은 급증하는 등 체력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실질)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5.7%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10.7%로 반등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2008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는 고성장 신화를 마감하게 만들었다. 2008년 2.3%, 2009년 0.3% 등으로 성장률이 점차 낮아졌으며 올해도 3%를 넘기기 어려운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한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도 추락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990년대 6.1%이던 잠재성장률은 2000년 이후 4%대로, 2010년 이후 3%대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구제금융 졸업 이후 경제의 기초체력을 높이는 데 열중하면서 평균 소득은 늘었지만 경제 양극화는 더욱 악화됐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도시 2인 가구 시장소득 기준)는 1997년 0.264에서 지난해 0.313으로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0∼1 사이에 분포하며 수치가 높을수록 불평등도가 높다는 의미다.
소득수준이 중간에도 못 미치는 인구 비중을 의미하는 상대적 빈곤율도 8.7%에서 15.0%로 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배열해 최상위 20%의 소득을 최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5분위 소득배율도 같은 기간 3.97에서 5.96으로 증가했다. 상위 20%와 하위 20%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외국인의 주식 비중이 14.6%에서 33.8%로 높아지면서 자금 유출입에 따른 외환시장의 혼란 가능성도 여전하다. 여기에 정부가 갚아야 할 빚인 국채와 특수채의 발행잔액도 올해 처음 7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위험수위라는 지적이다.
국채·특수채 발행잔액은 2006년 말 366조원에서 2008년 427조원, 2010년 598조원, 지난해 말 665조원으로 계속 증가해왔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