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과 에이즈 고통 짐바브웨에 믿음·농업기술로 희망을 전합니다”
입력 2012-11-20 20:59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서 35㎞ 떨어진 세케 지역 치낭가 마을에 조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하루 종일 집 앞마당에서 흙을 파던 아이들이 아침이면 손잡고 학교에 가고, 할 일 없이 빈둥거리던 동네 청년들은 농업기술을 배우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주일이면 깨끗한 옷을 입은 동네 아저씨, 아줌마들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 지난 18일 찾아간 치낭가 마을에는 희망의 에너지가 넘쳐났다.
◇꿈을 심는 놀이학교=변화의 중심에는 나사렛교회가 있다. 2009년 기아대책이 파송한 현내식(52) 김미영(48) 선교사 부부는 2010년 9월 이 교회를 세웠다. 올해 1월에는 음악, 미술, 언어 등을 가르치는 3∼5세 대상 어린이센터를 열었다. 센터는 연령별로 각각 20명과 30명이 한 반이다. 아침 8시30분 등교한 뒤 빵과 우유 등 간식을 먹고 실내 활동과 야외 놀이를 한다. 영어로 된 동요를 배우고, 시를 외우고, 숫자를 세고, 종이접기도 한다. 12시에 점심을 먹는다. 점심 메뉴는 스파게티, 소시지, 소고기 등 매일매일 바뀐다. 교장인 김 선교사, 교사 4명과 보조교사들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그런데 전체 80명 어린이 중 20명은 에이즈 보균자다. 짐바브웨 국민 8명 중 한 명꼴로 에이즈 환자다. 1인당 연간 소득은 150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실업률은 80%다. 이 같은 짐바브웨의 여건에서 이곳 센터는 아이들에게 소중한 선물이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며 겨우 연명해온 플로렌스 치렌다(5)양에게도 그랬다. 1년가량 센터에 다닌 치렌다양은 율동도 잘하고 시도 곧잘 외운다. 이달 30일 센터를 졸업하는 치렌다양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꿈이 생긴 것이다.
◇농업훈련원 통해 선진농사기술 전수=내년 1월부터 청장년 40명에게 농업기술을 가르치는 농업훈련원이 가동된다. 현 선교사는 “농업 종사율이 66%에 달하지만 전래 농법을 쓰다 보니 생산력이 매우 낮다”면서 “선진 농업기술을 보급해 마을 사람들이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짐바브웨 정부로부터 제공받은 16.5㏊ 부지가 훈련원 교육장으로 쓰인다. 훈련생 40명을 전액 장학생 자격으로 선발한다. 센터와 훈련원 모두 포스코가 후원했다. 소문을 듣고 몰려온 지원자가 80명을 웃돌았다. 훈련원은 1년 동안 옥수수, 감자, 토마토 재배기술을 가르치고 닭과 돼지 등 가축을 잘 키우는 방법을 가르칠 예정이다.
교회에서 만난 지원자 참노주와 카세케(32)씨는 “훈련원에서 양계기술을 배워 돈을 벌고 싶다”고 말했다. 부모와 형제 등 가족 7명의 가장 역할을 하는 카세케씨는 5000∼6000달러의 결혼 지참금을 마련하지 못해 아직 미혼이라고 했다.
나사렛교회에는 주민 150여명이 출석한다. 주일학교에는 200명 안팎의 어린이들이 나온다. 동네 아이들은 평일에도 교회 예배당에서 공부를 하고, 마을 사람들은 장례 등 중요한 일이 있으면 교회를 찾아 의견을 구한다고 한다. 기아대책은 이렇게 지역 사회 일꾼들이 교회를 중심으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세케(짐바브웨)=글·사진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