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에 맞는 이불 따로 있어요

입력 2012-11-20 18:13


첫눈도 내렸고, 기온도 영하로 떨어졌고…. 이제 정말 겨울이다. 여느 해보다 춥다는 올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한 준비들로 분주한 때다. 남혜미(28·서울 목동)씨도 요즘 옷장 속에 넣어두었던 두툼한 거위털 파커도 꺼내고, 상자 속에 보관했던 부츠도 찾아냈다. 그리고, 지난 19일 이불매장을 찾았다. 아직 미혼인 남씨가 이불 고르기에 나선 것은 유난히 추위를 타는 부모님께 따뜻한 잠자리를 마련해드리기 위해서다.

예쁜 꽃무늬로 할까? 세련된 줄무늬로 할까? 이불을 들었다 놨다 하는 남씨에게 매장 직원이 다가왔다. ‘이브자리 홈코디네이터 조현경’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이불도 덮는 사람 체질에 따라 고르는 것이 좋다”면서 덮을 사람 체질을 물어봤다. 이불을 고르는 데도 체질이 필요한가? 이게 무슨 소리야! 멀뚱한 표정을 짓자 조씨는 “체질이나 취향에 따라 이불 겉 커버와 속통을 고르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남씨는 “엄마는 추위를 많이 타시는 편이고, 아버지는 겨울에도 땀을 조금 흘리시고, 묵직한 이불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고 하자 조씨는 초극세사 커버에 양모 속통을 권했다. 초극세사는 머리카락 굵기 100분의 1 이하의 아주 미세한 굵기로 수축 가공한 첨단 기술 소재다. 일반 면보다 흡수력이 뛰어나면서도 통풍이 잘 되고, 건조가 빨리 되는 데다 피부에 닿는 느낌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 또 원단 조직이 매우 촘촘해 집먼지 진드기 등이 살 수 없어 위생적이기도 하다. 양모는 꼬불꼬불한 섬유 사이에 공기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보온성이 뛰어나면서도 수면 중 흘리는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공기 중으로 날려 보내는 기능이 탁월하다. 목화솜보다는 가볍지만 무게감이 꽤 있는 편이다.

남씨는 내친김에 자신에게 알맞은 이불도 물어봤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고 피부가 건조하다”고 하자 조씨는 텐셀 인지오 모델 등 자극이 적은 친환경 소재 커버에 거위털 속통을 추천했다. 유칼립투스나무의 펄프를 원료로 한 텐셀, 옥수수가 원료인 인지오, 너도밤나무에서 추출한 모달 등 식물성 재생 섬유들은 수분흡수성이 좋고, 촉감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피부에 자극을 최소화해 편안한 느낌을 준다. 거위털을 속통으로 넣은 이불은 가벼우면서 몸에 착 감겨 따뜻하다. 거위털 이불은 예민해서 잘 깨는 체질에도 도움이 된다. 뒤척거릴 때 생기는 작은 충격이나 진동이 잠을 방해할 수 있는데, 털 사이에 있는 공기층이 이를 흡수해 잠자리를 편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조씨는 알레르기가 심한 사람이라도 초극세사 커버에 슈프렐울트라(울트라 4중공 솜) 등 첨단소재 속통을 넣은 이불이면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슈프렐울트라는 섬유 가운데 4개의 공기구멍 처리를 해 공기 함유량을 높인 것으로 부드럽고 가벼우며, 외부의 차가운 공기를 차단해 준다. 또한 항균처리를 통해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냄새가 없고 세균증식도 억제한다.

첨단소재보다는 천연섬유를 선호한다면 목화솜 속통을 순면커버로 싼 이불이 제격이다. 하지만 목화솜 이불은 가볍고 포근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별로 인기가 없다. ㈜박홍근홈패션 디자인연구소 홍세진 소장은 “목화솜은 무거운 데다 덮다보면 솜이 끊어지기도 해 요즘에는 폴리에스테르를 20∼30% 섞어 무게도 덜고 강도도 보강한 솜이 나오고 있다”면서 100% 목화솜을 쓸 경우 적어도 3년에 한번씩은 솜을 틀어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목화솜은 세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체질에 따라 고른 이불은 소재 특성에 따라 손질과 관리를 해줘야 오래도록 새것처럼 덮을 수 있다. 홍 소장은 “구스다운 속통이불은 찬물세탁을 해서 말린 다음 넓게 펴거나 걸어놓은 채 손이나 방망이로 톡톡 쳐주면 처음처럼 풍성해진다”고 알려 준다. 이불장에 보관할 때는 눌리지 않도록 맨 위 칸에 보관한다. 울트라 4중공 솜도 물세탁이 가능하다. 홍 소장은 “일주일에 2번은 통풍이 잘 되고 햇볕이 드는 곳에서 턴 다음 말려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세탁이 까다로운 것은 양모속통이불이다. 홍소장은 “양모이불은 구입할 때 물세탁이 가능한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세탁이 가능하다면 울 전용 세제를 이용해 세탁기의 울코스로 세탁한 뒤 완전히 말려야 한다. 손빨래를 할 때는 뜨거운 물은 금물. 습기가 남아 있으면 누린내가 나거나 세균 번식의 위험이 있으므로 바짝 말려 사용해야 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