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니와노평화재단 노구치 전무] “日 전후 젊은세대 갈수록 우경화돼 걱정”

입력 2012-11-20 18:11


지난 14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에큐메니컬 활동가 오재식 박사의 회고록 출판기념회장. 사회를 맡은 안재웅 YMCA전국연맹 이사장이 예정에 없던 한 인사를 축사자로 불러 세웠다. 오 박사의 오랜 지인인 니와노 평화재단의 총괄 담당 요이치 노구치(63) 상임 전무였다.

니와노 평화재단은 1983년부터 올해까지 29회째 수상자(또는 수상단체)를 배출한 ‘니와노 평화상’을 제정·수여하는 단체다. 이 상은 종교 간 이해와 협력을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를 기리기 위재 제정된 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17회 때 고 강원용 목사가 수상한 바 있다.

“지금 세계는 종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역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당일 만난 요이치 전무의 말이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 니와노 평화상 수상자 선정을 위해 전 세계 125개국 600여명의 다양한 종교인, 평화 운동가들과 직간접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립과 갈등의 양상,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과제와 역할 등을 꿰뚫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 지난 반세기 많은 발전을 이뤘습니다. 그중에서도 민주화와 평화가 얼마나 힘들게 얻어진 열매인지 한국교회는 잘 알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아직 하지 못한 나라와 국민들에게 그 가치를 전달하는 메신저가 되기 바랍니다.”

요이치 전무는 특히 “전후 세대인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일본헌법 9조’ 개정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게 나오는 등 우경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일명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9조는 일본의 전쟁 포기와 공격을 위한 군대보유 금지를 명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조항의 개정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추세다. 요이치 전무는 이와 관련, “한때 일본의 식민지로 고통 받았던 한국이 일본을 위한 평화의 도구가 되어 달라”며 “특히 한국교회들이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이치 전무는 일본 종교계에서도 친한파로 속한다. 국내 기독교인 중에서는 오 박사를 비롯해 박종화 경동교회 목사, 안재웅 이사장, 이삼열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사무총장 등 주로 에큐메니컬(교회일치연합)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 그는 이들과 함께 ‘동아시아 평화포럼’ 활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교회와 기독교, 나아가 각 종교단체들이 당면한 시대적 과제는 사회적 책임입니다. 갈등을 중재하고 화해시키며, 평화를 전파하는 일에 있어서는 하나가 돼야 해요. 한국의 많은 교회들이 동참하면 좋겠습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