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는 왜 줄었나… 먹이 사정 나빠져 번식률 급감
입력 2012-11-20 21:26
나소열 서천군수는 양복 깃에 새를 새긴 뱃지를 달고 다닌다. 서천군의 군조인 검은머리물떼새다. 천연기념물 제326호인 이 귀한 철새는 매년 10월 장항읍 송림리 유부도를 찾는다. 검은머리물떼새는 세계적으로 1만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부도에는 한해 최대 5000여 마리까지 관찰됐지만, 차츰 줄어들고 있다.
서천군에 따르면 올해에는 2000여 마리가 유부도에 머무르고 있다. 검은머리물떼새뿐 아니라 유부도를 찾는 철새 전체 개체수가 감소했다. 2000년대 초에는 1만여 마리에 달했던 것이 지금은 6000∼7000마리에 그치고 있다.
유부도와 장항갯벌은 그나마 사정이 좋은 편이다. 새만금 갯벌이 사라진 뒤 부안 곰소만, 인천 강화갯벌과 함께 충남 천수만과 서천지역 갯벌이 장거리 이동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이곳에서도 철새들은 대폭 줄었다. 충남발전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금강호를 찾은 철새는 35종 74만7987마리, 2008년 31만388마리, 2009년에는 21만723마리, 2010년 1만2325마리에서 2011년에는 2497마리로 급감했다.
국립생물자원관 김진한 대외협력과장은 “무엇보다도 먹이 사정이 나빠져 조류의 번식률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과거에는 추수가 끝난 논에 낙곡이 많았으나 소 사료 값 앙등으로 인해 낙곡은 볏짚 채 추수 직후 비닐로 포장돼 버린다” 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러시아와 중국에서 습지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도시와 농경지가 늘어나면서 습지의 물을 대거 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금강호에서 약 70㎞ 북쪽에 있는 천수만에서도 철새는 눈에 띄게 감소하는 추세다. 바다에 대규모 방조제가 들어선 탓에 바닷물 수질이 악화되면서 수초와 새의 먹이감이 사라졌다.
서산시 생태해설사 안정헌(60·여)씨는 “한때 25만 마리나 찾아오던 가창오리가 최근 수년 동안에는 많아야 연간 10만 마리, 올해에는 3000마리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논에 낙곡이 사라진데다 농로 등의 포장공사가 벌어지면서 철새들이 쫓겨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소음에 민감한 철새들은 포장도로가 들어온 곳에는 절대 모이지 않는다. 실제로 새를 더 가까이서 보려는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해남 고천암호 진입로가 2006년 포장된 이후 가창오리 떼는 모두 영암호로 옮겨갔다.
서산시도 한편으로는 버드랜드라는 철새기념관을 만들고 계약유기농을 통해 철새를 위한 곡식을 제공하면서도 기념관 캠핑장 옆에서 4륜 바이크를 대여하는 등 모순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안정헌 씨는 “해질녘 가창오리의 군무는 세계10대 생물경관 가운데 우리나라 것으로는 유일한데 앞으로는 사진 속에서만 남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진한 과장은 “생물종다양성협약에 따라 정부가 조류를 위한 곡식농사를 짓는 농가에 지원하는 자금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