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환경’ 갈등… 금강하구 생태계는 살아날까
입력 2012-11-20 21:25
충남 서천군의 생태도시화 실험 주목
충남 서천군은 2007년 찬반논란과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산업단지 유치를 포기하고 장항갯벌을 살렸다. 너도 나도 경제특구나 산업 유치를 꾀하는 다른 지자체들과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산업단지 앞바다에 해상도시 건설 등을 추진중인 군산시와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서천군은 수질 개선을 위해 금강하굿둑의 부분 해수 유통을 요구중이다. 또한 군산시 북쪽 준설토 해상매립지 토사를 새만금 매립토로 활용하게 해 바다를 최대한 원상 복구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충남 서천군 장항 앞바다 유부도로 가는 뱃길은 여러 가지 개발사업의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는 갯벌의 수난사를 만나는 길이었다. 지난 16일 오후 찾은 장항항은 과거 무역항으로 명성을 날렸을 때 유흥업소들이 즐비했다는 뱃사람의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서천군 이정성 기획계장은 “토사 퇴적이 심각해지면서 물이 잘 차오르지 않는다”며 “과거에는 1만2000t급 배가 드나들던 국제항이었는데 지금은 5000t급 배도 만조를 기다려 간신히 들어온다”고 말했다.
◇서천군 장항 앞바다의 수난=천연기념물들인 검은머리물떼새와 노랑부리백로가 거쳐 가는 섬 유부도는 새만금 갯벌이 없어지고 나서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서 중요성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불과 20분 거리인 뱃길은 순탄치 않았다. 토사의 과도한 퇴적으로 인해 이 수역 전체의 수심이 낮아져 배는 수심이 깊은 곳을 찾아 돌아가야 했다. 유부도 바로 앞에는 거대한 토사 퇴적층이 쌓여 형성된 유부도 40배 크기의 섬이 가로막았다. 이날 만조를 2시간여 앞둔 오후 2시까지도 배를 접안할 수심이 확보되지 않아 시간이 없는 일행은 배를 돌려야 했다.
금강하굿둑이 들어서기 전 금강하구는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으로 소금 농도가 다양해 장어와 위어, 웅어, 황복어 등 희귀성 어종이 넘쳐나는 천혜의 어장이었다. 이정성 계장은 “1990년 금강하굿둑 설치 이후 토사가 연평균 13cm씩 쌓이면서 희귀어종은 자취를 감췄고 철새는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남쪽 군산시에 산업단지 등이 들어서면서 방파제나 도류제 등 선적 작업때 파도나 파랑을 막기 위한 시설물들이 건설됐다. 물의 흐름이 달라지고 수질이 나빠지면서 갯벌의 생산성도 낮아졌다. 이 계장은 “하굿둑이 생기기전까지는 유부도 앞바다에서 연간 최대 1400t의 어패류를 수확했지만 이제는 60t 정도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 1994년까지만 해도 60여 가구 11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던 유부도에는 현재 30여 가구 50여명만 남아있다. 토사는 장항 앞바다 갯벌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서천군의 설명이다. 서천군은 토사 퇴적으로 조개 채취, 김 양식 등의 수산업 피해가 연간 10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천군의 실험, 갯벌 살리기가 관건=금강 하구를 사이에 두고 있는 두 지자체 가운데 국책사업이나 개발사업이 군산지역에 집중되면서 서천군의 소외감이 커져갔다. 금강하구둑, 갯벌을 매립해 건립된 군산산업단지, 1997년 준공된 북측도류제, 2009년 11월 준공된 군산LNG복합화력발전소, 공사중인 군장대교, 그리고 최근 해상공원화 용역이 중단된 군산해상매립지까지 모두 군산시에 있다. 특히 가동중인 군산LNG복합화력발전소에서 하루 140만t의 온배수가 나오면서 서천군은 어업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서천지역에도 장항갯벌을 매립하고 장항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이 수립됐다. 그러나 무엇보다 입주하겠다는 기업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었다. 또한 김대중 정부가 새만금 갯벌을 매립키로 하면서 역설적으로 갯벌의 생태적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노무현 정부 들어 대통령직속 지속가능위원회와 해양수산부 및 환경부가 서천군과 함께 2007년 6월 장항갯벌을 살리자는 정부 결정을 이끌어냈다. 즉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을 포기하고 대안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그 대안사업들은 국립생태원과 해양생물자원관을 서천군에 설립하고 대체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나소열 서천군수는 “서천군은 결국 내년 개원하는 국립생태원 등 생태연구단지와 생태산업단지, 그리고 연안 생태관광지를 연계하는 생태클러스터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 군수는 “장항갯벌매립을 포기한데 이은 후속타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금강하구 퇴적층을 최소화하고 해수 흐름을 복원하기 위한 중앙정부차원의 조치가 선결과제”라고 강조했다.
◇금강하굿둑을 개방할 것인가=서천군의 생태도시 구상은 하구의 갯벌을 되살리고 수질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실현 불가능하다. 따라서 서천군은 우선 금강 하굿둑의 부분 개방을 3년 전부터 요구하고 있다. 금강 하굿둑은 전북 군산시 성산면과 충남 서천군 마서면을 연결하는 1.8㎞의 제방이다. 수자원 확보와 금강 상류지역 홍수 조절, 염해 방지, 교통 개선, 관광 개발 목적으로 건설됐다. 군산시 쪽에만 20개의 배수갑문이 설치돼 있지만 썰물 때 강물을 일부 내보내기만 할 뿐 바닷물은 유입되지 않고 있다.
서천시와 충남도 측은 하굿둑 때문에 연간 80만t의 토사가 쌓여 금강 수질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며 서천 쪽에 배수 갑문을 5∼10개쯤 추가로 설치해 해수(海水)를 유통시킬 것을 주장한다. 그러나 군산시와 전북도는 해수유통이 농·공업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고 저지대를 침수시킬 것이라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금강의 주요 오염원이자 본류의 수질에 영향을 미치는 갑천과 미호천의 유입 오염원 해소가 금강호 수질개선의 선결과제라고 주장했다
국토해양부는 서천군의 요청에 따라 금강하구 관리체계 구축 연구 용역’을 실시했고, 지난 4월 해수 유통 주장이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 유통을 할 경우 염분이 확대돼 취수장·양수장을 상류로 이전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7100억∼2조9000억원이나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천시는 시뮬레이션 결과 배수갑문을 2개만 열 경우 염분이 갑문 상류 5㎞까지만 올라간다며 취수장 이전 비용은 그처럼 많이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충남도는 영산강·낙동강 유역의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하굿둑들의 해수 유통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도록 요청했다. 결국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최근 금강하굿둑 개방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