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이근미] 꿈과 가까운 곳으로 가라

입력 2012-11-20 18:32


수능시험을 끝낸 학생들은 어느 대학을 갈 것인지 가늠하느라 마음이 분주할 것이다. 나는 20대 내내 수험생으로 살았다. 외지에 있는 고등학교 진학길이 막히자 부모님 몰래 여상 시험에 응시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20대 초반에는 고졸 검정고시, 20대 중반부터는 대학입시를 치르느라 바빴다. 공부는 별로 하지 않고 마음만 바빴기에 20대 후반에야 겨우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내가 뒤늦게 대학에 합격한 것은 내 적성과 맞지 않는 학과에 3년 내리 지원했다가 전후기 통틀어 6번을 깨끗하게 미끄러졌기 때문이다. 10대 중반부터 배운 실력으로 20대 중반에 피아노과를 지원했으니 꼬마 때부터 배운 친구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초등학교 때 글짓기 대회만 나가면 상을 받으면서 소설가의 꿈을 키웠으나, 20대에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좇았던 것이다. 뒤늦게 문예창작학과를 선택해 어릴 때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주변 수험생들을 보면 일단 이름 있는 학교를 선택한 후 점수에 맞는 학과에 지원해 합격하면 학과에 자신을 맞추어 나간다. 요즘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제도가 잘 되어 있어 다행스럽긴 하지만 애초부터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하는 게 인생의 낭비를 막는 길이다.

저녁시간에 다양한 강의를 듣는 이들과 얘기를 나누어보면 현재 하는 일이 자신의 꿈과 달라 고민하는 경우를 종종 접한다. 나이는 점점 드는데 영영 꿈에서 멀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게 그들의 고민이다.

취재현장에서 만난 성공한 사람들의 얘기를 취합해 보면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실천방안은 ‘가까이 가는 것’이다. 나는 17세 때 고등학교 대신 회사에 다녔고, 뒤늦게 대학을 졸업한 후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17세’라는 장편소설을 냈다. 그 소설 속에 ‘자기가 되고 싶은 게 있다면 가까운 쪽으로 가야 돼. 원하지 않는 곳에서 오래 머뭇거려도 될 만큼 청춘은 길지 않아’라는 대목이 나온다.



학생들은 점수에 맞추기보다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하고, 꿈과 너무 멀리 떨어진 곳으로 왔다고 생각하는 학부형들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꿈과 가까운 곳으로 다가가기 바란다. 학생들은 청춘은 길지 않다는 걸, 학부형들은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두 번의 인생을 살 만큼 수명이 길어졌다는 걸 되새기면서.

이근미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