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외환위기 이후 15년] 커지는 外風… ‘불난 佛’ 유로존 설상가상 아시아 경제에도 찬물
입력 2012-11-20 18:4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이어 무디스도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유로존에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프랑스는 유로존의 심장에 있는 시한폭탄’이라고 보도했다. 그리스 부채문제 해결로 가닥이 잡힐 듯하던 유로존 문제가 프랑스마저 위태로워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 등 아시아 경제에 미칠 여파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 눈앞에 닥쳤다=프랑스의 문제는 “할 일은 많고, 시간은 없다”라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 걸쳐 개혁거리가 산적해 있지만 속도는 무척 더디다는 것이다.
위기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공공부채 비율은 1981년 국내총생산(GDP)의 22% 선이던 것이 현재 90%를 넘겼다. 실업률은 10%를 넘어섰고, 그중 청년 실업률은 25%를 돌파했다.
공공지출은 GDP의 57% 수준으로 유로존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정부지출이 높은 이유를 이코노미스트는 프랑스 정부가 빚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예전에는 경제에 문제가 생겨도 통화 평가절하라는 긴급수단을 구사할 수 있었지만, 유로화 도입 이후엔 공공지출로 경제를 유지하는 데 급급했다. 돈이 필요할 때마다 국채를 발행했다.
◇규제가 발목 잡아=이코노미스트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개혁하지 않으면 프랑스는 투자자들과 독일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냉정히 평했다. 각종 규제가 기업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데 반해 개혁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영국과 독일,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들과 프랑스가 다른 점이다.
노동시장은 경직되고 세금은 높아졌다. 지난 10년간 CAC40(프랑스의 40개 대표기업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은 해외 채용은 5% 늘리면서 자국 채용은 4% 줄였다. 채용에 따른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중소기업들은 직원을 49명만 뽑는다. 50명 이상 뽑으면 소규모 기업들에 주는 제도적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절박한 과제지만 올랑드 대통령은 지지기반인 노동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
고소득자와 부자들에게 매기는 높은 세율은 외려 국가의 부를 해외로 유출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에겐 강경하다.
격렬한 비판에 프랑스는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보도 직후 아르노 몽트부르 산업부 장관은 “이코노미스트는 공정보도로 실력발휘를 한 적이 없다. (풍자전문지) ‘샤를리 엡도’ 같은 매체”라며 강력 반발했다. 그러나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19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의 손을 들어줬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