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해법 ‘미얀마 모델’ 통할까… 오바마, 핵 포기하고 개혁·개방 나서면 적극 지원 제시
입력 2012-11-20 21:33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미얀마식 개혁·개방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오바마 2기 행정부의 향후 대북 접근법이 주목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19일 밤(현지시간) 북한 지도부를 향해 미얀마처럼 먼저 핵을 포기하고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라는 이른바 ‘미얀마 모델’을 제시했다.
미얀마 모델은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개혁·개방에 나선다면 미국이 적극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오랜 기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됐던 미얀마는 테인 세인 정부수립 뒤 개혁·개방에 나섰다. 미국 등 서방국가가 적극적인 유인책을 편 끝에 미얀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도 수용키로 했다. 미국은 그 대가로 미국국제개발처(USAID)를 통한 1억7000만 달러 지원, 미얀마 제품 금수조치 해제 등을 약속했다. 개혁·개방 덕분에 미얀마에는 다국적 기업들이 투자를 위해 몰려드는 골드러시(gold rush)가 이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미얀마 모델은 ‘리비아 모델’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접근방식과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리비아는 2003년 말 대량살상무기(WMD) 우선 폐기를 선언한 뒤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미국은 대리비아 통상·직항·수입 금지를 해제했고 리비아 자산 동결조치도 풀어줬다. 결국 이는 2006년 미국과 리비아의 국교 정상화로 이어졌다.
리비아 문제가 예상보다 쉽게 풀리면서 당시 부시 행정부 내에서는 북핵 문제에도 리비아 모델을 적용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북한이 선(先) 핵 포기를 거부하면서 ‘리비아 모델’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북한은 먼저 핵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핵 포기와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행동 대 행동(action for action)’ 원칙을 고수했다. 이는 2005년 ‘9·19 공동성명’에도 잘 드러난다. 2006년 북한의 첫 핵 실험 뒤 수차례 열린 6자회담에서도 이 원칙은 그대로 지켜졌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지난 8월 베이징에서 열린 북·미 비밀접촉에서도 북한은 “미국이 적대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핵 포기는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따라서 오바마 행정부의 야심 찬 미얀마식 해법이 북핵 문제 해결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 북한은 미얀마에 비해 한층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고 독재가 심한 국가이기 때문에 정상 국가로 만들기는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WP는 특히 북한에는 아웅산 수치 여사처럼 잘 알려진 민주화 지도자가 없고, 미얀마 개혁·개방의 단초가 된 2007년의 대규모 시위 조짐도 없어 북한 민주화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물밑 움직임 역시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