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아라본 주교 설교들은 당태종 “바른 진리… 전수를 명하노라”

입력 2012-11-20 17:48


예수, 당 태종을 사로잡다/구범회 지음/나눔사

가끔 기독출판을 위한 사회적 기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본다. 팔리지 않을 것이 눈에 보이지만 꼭 필요한 책들의 출간을 위한 지원 시스템이 절실하다. 한국교회는 선교 지원의 틀을 넓힐 필요가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문화에 대한 지원이 아쉽다.

연합통신 초대 베이징특파원을 지낸 언론인 출신 저자가 쓴 이 책 역시 교회나 기독 단체의 출판지원이 필요한 저작물이다. 국내외를 망라해 제대로 된 저술을 살펴보기 힘든 중국 당(唐)·원(元) 시대의 기독교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기독교가 당·원 시대, 그리고 몽고에서 번성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을 당회요(唐會要)와 원전장(元典章) 등 당·원 시대의 다양한 사료를 통해서 밝히고 있다.

특히 책은 당나라 시대의 기독교인 경교(景敎)에 대해서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경교는 말 그대로 ‘크고 밝으며 빛나는 종교’를 뜻한다. 저자는 경교는 곧 하나님의 종교라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로마교회가 5세기 초 이단으로 낙인찍은 네스토리우스파 기독교가 당나라에 들어와 경교가 됐다. 책에 따르면 당 태종은 재상 방현령을 황궁 서문 밖까지 내보내 기독교를 전하러 온 아라본(阿羅本·알로펜) 주교 일행을 극진한 예우로 맞아들였다. 그것은 당시대에서는 대단한 파격이었다. 당 태종은 아라본 주교의 설교를 들은 뒤에 “바른 진리를 깊이 알았도다. 황제의 특별 명령으로 전수를 명하노라(深知正眞, 特令傳授)”며 선뜻 기독교의 당나라 포교를 허락했다. 책 제목 그대로 예수 그리스도가 당 태종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후 경교는 황제와 황실의 보호, 지원을 받으면서 당나라에서 200여년간 번성했다.

저자는 몽고제국이 기독교 정신의 바탕 위에서 세워졌다고 주장한다. 1206년에 세워진 몽고는 타타얼부, 극렬부 등 6개 부락이 합쳐져 만들어진 연합국가. 저자는 이 가운데 극렬부 등 4개 부락 주민 다수가 ‘야리가온’으로 불린 기독교도라고 주장한다. 특히 극렬부의 경우, 수령을 비롯한 전체 주민 20여만명 대부분이 크리스천이었다는 것. 칭기즈칸의 최고 책사였던 친카이와 볼가이 역시 독실한 기독교도로 알려졌다. 칭기즈칸이 종교에 관용하며 신앙의 자유를 허용한 것도 이 같은 기독교적 토양 및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추천사를 쓴 미국 코헨대 강신권 총장은 “초기 동아시아 기독교 연구에 큰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고, 분당 궁백교회 김대흥 목사는 “몽고가 기독교 위에서 세워졌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중국 전문가로서 저자의 역량이 돋보인 책이다. 그의 다음 책이 기대된다.

이태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