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한국교회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말한다… ‘다시 프로테스탄트’
입력 2012-11-20 17:47
다시 프로테스탄트/양희송 지음/복있는 사람
1517년 종교개혁(Protestant Reformation)이 시작되었으니, 2012년이 지나가면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까지는 5년이 남았다. 달리 보면 올해는 2007년 평양대부흥 100주년이라고 너도나도 ‘어게인(Again) 1907’을 외친 지 5년이 지난 시점이기도 했다. 여러 모로 수상한 이 시기에 나온 이 책은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고백적으로 해부하고 있다.
1980년대 전자공학을 전공한 저자는 기독인연합운동과 예배회복운동에 매진하는가 싶더니, 홀연히 영국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들어와 월간 ‘복음과상황’ 등에서 빼어난 연구분석력과 문화해석력, 설득력 있는 글솜씨로 기독지성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2005년부터는 명동 한복판에서 ‘청어람아카데미’를 이끌며 실험적이면서도 영향력 있는 인문·사회·문화·예술 강좌를 기획, 기독교와 한국사회 간의 가교 역할을 자임해왔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래도록 고민해 온 주제, 즉 한국사회 안에서 한국교회의 자화상과 미래상에 대한 첫 저술이다. 이 책의 주장이 성형외과 광고판에 붙어있는 ‘Before, After’ 같은 값싼 선동이 아님은 당장 이 책의 1부 ‘현실’에서 맞닥뜨릴 수 있다. 저자는 꼼꼼한 인구통계학적 관찰과 한국사회의 주요사건들을 연동시키며, 그동안 분노나 체념으로만 일관했던 한국교회의 난치병들의 발병지점들을 추적한다. 어떤 영양실조에 걸렸고 어떤 부위가 기능을 잃었는지 밝혀준다. 그의 공학적 계측 감각과 인과 분석 능력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2부 ‘오해’에서는 한국교회가 후천적으로 면역력을 상실하고 오작동하고 있는 원인들을 세 가지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이른바 ‘성직주의’ ‘성장주의’ ‘승리주의’가 그것들인데, 이는 관조적 입장에서 던지는 입바른 훈수가 아니라 누구보다 당사자적인 입장에서 이 이슈들로 씨름했기 때문에 얻어진 뼈시린 통찰이다. 다만 저자가 그 현장에 함께 매몰되지 않았던 것은, ‘성장’을 ‘승리’로 여기는 소위 ‘성직자’들 틈을 벗어나 사심 없이 성경과 교회, 예배를 바라볼 수 있는 신학에 정진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마지막 3부 ‘전환’에서는 저자가 제시하는 일종의 대안, 해법의 시초를 만날 수 있다. 한국교회 전체를 온전히 담아내지도 못하면서 교회와 성도들을 과잉대표하고 있는 교계 패러다임에서, 전문성과 다양성이 함께 공존하는 기독교사회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모색하자는 제안이다. 이를 저자는 교회생태계, 지식생태계, 시민생태계로 표현하며 공룡이 아닌 미생물, 고체가 아닌 유체로의 신앙공동체를 상상할 것을 주문한다. 이러한 대안은 선비연하는 글쟁이들의 잡학다식에서부터 비롯된 즉흥적 아이디어가 아니다. 지나치리만큼 교회를 사랑하고 하나님나라의 가치에 천착했던 저자의 지속적 열정과 축적된 독서, 학자적 접근이 낳은 융합의 산물이다.
앞으로도 저자의 유의미한 저작들이 이어지질 기대한다. 아니, 그 저작들이 전향적으로 적용될 만한 생태계로서 기독교사회의 출현을 더욱 기대한다. 총체가 아니라 모형이라도, 모본이 아니라 사례라도 만나고 싶다. 이러한 유의미한 흐름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 효과로 드러나게 된다면, 같은 H2O일지라도 얼음이 물이 되고 물이 수증기가 되는 질적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저자의 요청하는 바, 그저 고체로 남는 교회가 될 것인가 과연 유체로 흐르는 교회가 될 것인가는 교회의 일원이자 교회 그 자체인 우리들의 몫이다.
황병구 <한빛누리재단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