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표기업들의 비상경영 체제 선언
입력 2012-11-19 19:27
대선 후보들도 장기 저성장에 비상한 관심 가져야
글로벌 경제위기 장기화에 대비해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대비해 계열사를 줄이고 투자 계획을 속속 축소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해야 하는 것은 기업뿐 아니다. 정부도 3%를 밑도는 장기 저성장 시대를 견뎌낼 정책을 마련해야 하고, 국민들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특히 5년간 국가를 이끌고 갈 대통령 후보들은 비상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세계 4위의 철강업체인 포스코는 다음 달 5일 ‘혁신페스티벌’ 행사에서 초비상 경영체제를 선포하기로 했다. 70여개 계열사 가운데 사업 분야가 중첩되는 10개가량을 줄일 계획이다. 포스코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25% 줄면서 1조원 클럽에서 빠졌다. 국제 경쟁업체보다 형편이 나은 편인데도 현재 상황을 최악 직전 단계로 진단하고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내년 경영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반도체 투자 등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의 올해 분기별 투자규모는 7조원대에서 6조원대, 4조원대로 줄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당분간 질적 성장에 치중하는 비상경영 체제를 준비 중이다. 조선업계 간판 기업인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수출기업들이 너나없이 혹한기에 대비하고 있는 셈이다.
LG 롯데 SK 등 다른 대기업들도 비핵심 사업 정리와 계열사 통폐합 등의 비상경영을 계획하고 있다. 대기업보다 불경기에 취약한 중소기업들도 비상 국면을 염두에 둔 경영계획 수립을 서두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7∼10월 신용규모 50억∼500억원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신용위험 평가 결과 지난해 77개보다 많은 97곳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다.
장기 저성장 체제에 들어가면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제한되고, 실업은 증가하게 된다. 가계가 어려워지면서 복지 수요는 더 늘게 된다. 하지만 복지의 재원인 세수가 감소해 기존의 복지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벅차게 된다. 그렇다고 위기에 대비해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을 탓하기도 어렵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통령 선거전은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분위기다. 최근 저성장 문제에 눈을 돌리는 후보들도 있지만 여전히 표와의 교환성이 높은 복지 확대에 치중하고 있다. 빠듯한 살림이 예상되는데 돈 쓸 궁리만 하는 격이다. 경제민주화 문제와 관련해 유권자 눈길을 잡으려는 선명성 경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대표기업들의 비상한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한다. 나라살림도 불요불급한 씀씀이를 줄이고 꼭 필요한 곳에 재원을 투여하는 복지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지, 돈 들어갈 곳을 마구잡이로 늘릴 때가 아니다. 대선전 초기와 경제 전망이 많이 달라졌다. 새로운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 필요하면 이미 내놓은 공약도 수정해야 한다. 위기에 둔하면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