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첫 방문 오바마 “먼 여행의 첫걸음입니다”… 양곤시 환영인파 수만명
입력 2012-11-20 01:23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미얀마에 발걸음을 내딛었다. 19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탄 자동차 행렬이 공항에서 양곤 시내로 접어들자 수만명이 미얀마 국기와 ‘오바마를 환영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흔들며 반겼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오바마의 얼굴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사람도 있었다. 현지 미얀마타임스는 오바마의 이름을 미얀마의 옛 이름인 버마와 합성해 ‘오-버마(O-Burma)’라는 헤드라인을 1면에 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서 미얀마의 테인 세인 대통령과 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역사적인 첫 방문을 이렇게 묘사했다.
“이것은 먼 여행의 첫걸음입니다.”
그는 “개혁을 향한 진전이 미얀마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는 믿음을 세인 대통령과 공유했다”고 말했다. ‘미얀마’라는 이름을 강조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미얀마 군부는 ‘버마’라는 이름이 식민시대의 잔재라며 1989년 국명을 바꿨지만, 인권운동가와 서방 국가들은 군부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버마라고 불러 왔다. 세인 대통령의 한 고문은 오바마가 미얀마라는 단어를 쓴 것을 두고 “우리가 그동안 민주화 개혁을 추진한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자택을 방문했다. “(미얀마 방문 목적이) 민주화로 가는 활력을 지켜가는 것”이라고 오마바가 강조하자, 수치는 “버마의 개혁은 아직 신기루와 같다”며 경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수치가 ‘버마’의 미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는 버마라고 불렀다.
오바마는 민주화 운동의 성지인 양곤대학교도 방문했다. 오바마는 학생들 앞에서 미얀마의 민주화를 높이 평가하면서 “이 놀라운 여행은 이제 막 시작됐다. 갈 길이 멀다. 진보의 불빛이 꺼져서는 안 된다. 더욱 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버마는 지난 수십년간 서로 낯선 존재였지만, 지금 우리는 버마 국민에게 희망을 갖고 있다”며 “여러분이 우리에게 희망을 줬고, 우리는 여러분이 보여준 용기의 증인이 됐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세인 대통령 앞에서는 외교적 예우 차원에서 미얀마라는 호칭을 사용했고, 미국 정부는 여전히 버마를 공식 국명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미얀마를 식민지배했던 영국의 BBC는 오바마의 미얀마 방문이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아직 종족 간 학살과 정치범 수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얀마 방문에 앞서 방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의 방문이 버마 정부 지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세기 동안 군부 독재체제에 시달려 온 미얀마는 2007년의 ‘샤프란 혁명’을 거치며 헌법 개정에 착수, 지난해 의회 구성과 민정 이양에 성공했다. 미국은 향후 미얀마에 1억7000만 달러 규모의 원조를 제공할 계획이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