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반쪽’ 호암 추모식… 삼성과 유산상속 신경전에 이재현 CJ회장 첫 불참

입력 2012-11-19 19:02

유산 상속을 둘러싼 삼성그룹과 CJ그룹 간의 법정다툼 여파로 삼성그룹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25주기 추모식이 반쪽 행사로 개최됐다. 출입문 사용 문제로 삼성 측과 신경전을 펼쳤던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추모식에 불참했다.

삼성그룹은 19일 오전 경기도 용인 이병철 회장의 선영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라움 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 일가와 주요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을 가졌다. 이 회장은 2007년과 2008년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추모식에 불참했으나 2009년 이후 매년 참석하고 있다.

호암의 추모식은 그동안 범삼성가의 가족 행사로 치러졌지만 올해는 삼성 측이 그룹별 행사로 형식을 바꿨다.

한솔그룹은 이날 오후 호암의 장녀 이인희 고문과 조동길 그룹 회장을 비롯한 사장단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선영에서 추모식을 가졌다. 호암의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등은 추모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선영 내 한옥 사용 여부와 출입문 문제 등으로 삼성과 갈등을 빚은 호암의 장손 이재현 회장은 주변의 설득을 받아들여 이날 오후 1시쯤 추모식 불참을 결정했다. 이 회장이 호암 추모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 사장단은 선영에서 별도 추모식을 진행했다.

CJ와 삼성은 설전을 이어갔다.

이재현 회장은 “장손에게 정문으로 출입하지 말라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CJ 관계자는 “지속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이 24년 동안 추모식에 참석할 때마다 다녔던 정문 출입을 삼성이 허용하지 않는 것은 ‘오지 말라’는 뜻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삼성은 그러나 “길을 막은 것도 아닌데 출입문 때문에 추모식 불참을 결정했다는 것은 CJ의 몽니”라고 정면 반박했다. 삼성 관계자는 “한옥 사용과 출입문 문제는 추모식과 별개의 문제”라며 “선영에는 3개의 문이 있지만 정문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현 회장은 이날 저녁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별도로 이병철 회장에 대한 추모식을 가졌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