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 내던지고 촌티 벗으려 ‘NH’로 바꿨는데… 농민들 외면에 ‘도로 농협’ 간판
입력 2012-11-19 22:18
2007년 6월 농협은 푸른색 바탕에 흰색으로 NH를 새기고 전통적인 농협의 로고와 명칭을 그 옆에 배치한 형태의 새로운 통합 기업 이미지(CI)를 선보였다. 당시 농협 안팎에선 기존의 ‘농협’ 이미지가 투박하고 ‘촌티’가 나기 때문에 이미지 혁신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신용·경제사업 분리(신경분리)를 추진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먼저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접근이었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의 모든 점포에 ‘NH’ 로고가 들어간 새로운 간판이 내걸렸다. 계열사 명칭은 중앙회보다 먼저 NH로 바뀌었다. 증권업 진출을 모색하던 농협은 2006년 세종증권을 인수한 뒤 NH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선물거래 중개회사로 출범한 농협선물도 2006년 ‘농협’을 떨어내고 NH투자선물로 개명했다. 2008년 농협에 인수된 할부금융사 파이낸스타는 NH캐피탈로 바뀌었다. 농협고려인삼은 2009년 NH한삼인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영문 이니셜을 내세워 미래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는 한글학계 및 시민단체들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신토불이와 우리 것을 강조하는 농협이 우리글을 버리고 영문 이니셜을 강조하는 것이 이치에 맞느냐는 지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논란 속에서도 농협은 꿋꿋이 NH를 고수했다.
하지만 내다버렸던 ‘농협’은 5년도 못 돼 다시 돌아왔다. 충성도 높은 농촌 고객들이 낯선 것에 대한 거부 반응을 나타내면서 매출로 직결됐기 때문이다. 농촌 이외의 지역에서도 NH라는 브랜드가 주는 생소함은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졌다. 농협 관계자는 19일 “CI를 바꾸고 나서 NHN 자회사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NHN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결국 지난 3월 숙원사업이었던 신경분리를 이뤄낸 농협은 NH로 개명한 계열사 이름에 ‘농협’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어정쩡한 환원을 시도했다. 촌티를 벗겠다면서 영문 이니셜을 ‘들이댄’ 촌스러운 CI 개편과 이를 번복하는 과정에서 농협 금융지주 계열사 점포 상당수의 간판을 바꿔 다는 등 막대한 비용만 날린 셈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