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9] 안철수 후보 인터뷰 “난 방패도 갑옷도 없는 국민후보… 초심으로 임할 것”
입력 2012-11-19 21:34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는 1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단일화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담판으로 결정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담판이 꼭 방식만 논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면서도 “저는 양보하는 문제 말고도 두 후보가 협의할 사안이 있으면 (담판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해 문 후보와의 추가 회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민주당이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으로 공격한 데 대해선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한 뒤 “그래도 민주당이 지난 4·11 총선 패배 이후로 지금까지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안 후보는 1시간여 진행된 인터뷰에서 돌발질문에도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답변을 쏟아냈다. 단일화 TV토론 등을 앞두고 훈련이 잘 된 것으로 보였다. 그는 안랩(안철수연구소)이 지난해까지 국민일보사가 있는 여의도 CCMM빌딩에 7년 남짓 입주해 있었던 점을 거론하며, “여기 있을 때 회사가 크게 번창해서 개인적으로 재수가 아주 좋은 장소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한민수 정치부장
◇단일화 협상의 원칙과 방법
-오늘로 출마 선언한 지 정확히 두 달 됐다. 최근 5일간은 협상 중단으로 많이 힘드셨을 것 같은데 심경이 어떤가.
“두 달이 아니라 2년 전인 것 같다. 출마 선언한 그날로 인생이 바뀌었다. 저한테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했다. 제가 방패도, 갑옷도 없이 뚜벅뚜벅 화살을 맞으면서 걸어온 것은 다 국민들 덕분이었다.”
-일부에서는 협상을 중단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스스로가 쇄신해서 국민의 신뢰를 더 얻어야 하고, 단일화는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중단시키면) 제가 손해 보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여론조사만 보고 있었으면 그런 결정을 못했을 것이다. 양쪽 지지 기반을 다 가지는 단일 후보가 되려면 중단시켜 재점검하는 기간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문 후보가 오늘 기자협회 토론회에서 단일 후보에의 자신감을 보였다. 안 후보가 여론조사를 원하면 받겠다, 담판도 가능하다고 했다. 문 후보 본인이 양보하면 배임죄라는 말도 했다.
“배임죄는 회사 임원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문 후보가) 회사 사장님은 아니시다(웃음). 저는 여론조사만 하자고 말한 적이 없고 짐작으로 그렇게 말씀들 하시는 것 같다. 협상팀에서 여러 방법을 논의할 것이다.”
-후보 간 담판은 단일화 방식에서 배제하나.
“담판이 어느 한쪽의 양보 말고도 협의할 사안이 있으면 하는 것 아닌가. 방법론을 결정하지 못하고 지지 부진할 때 빨리 매듭지으려면 나서서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일화 중단할 때 참모 중 반대한 사람은 없었나.
“(반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누가 단일후보가 되더라도 대선에서 진다고 생각했다. 그럼 그 길을 걸어가면 안 된다고 최종 결론 냈다.”
◇국민연대와 신당 창당 가능성
-어제 두 분이 만난 뒤 ‘새 정치 공동선언’이 바로 발표됐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서 공들여서 만들었다. 달랑 A4 한 장이 아니고 문구 문구마다 고민들이 담겼다. 발표 직전에 협상이 중단돼서 발표를 못했다. 협상 재개하면서 이 부분부터 보여드리자고 합의했다.”
-국민연대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어찌 보면 그 자체가 추상적인 용어다. 기본적인 뜻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단일화를 하고, 이후 함께 대선에서 승리해야 이후 국정운영도 힘을 받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일 것이라고 규정하지는 않았다.”
-연대는 말로만으로는 힘을 발휘 못할 수 있다. 구체화할 기구를 만들 생각인가.
“단일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단단한 결속력 보여서 흩어지지 않는 그런 것을 유지하자는 의미가 크다. 그 이상은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선택 중에 민주당 입당도 있는가.
“지금으로서는 단일화 이후 생각은 안 해봤다. (하지만 남은 기간이) 조선왕조 500년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다 일어날 수 있는 시기라서(웃음).”
◇민주당에 대한 생각
-민주당이 안 후보를 동반자가 아니라 경쟁자라고 취급한다고 아프게 느꼈던 적이 있다면.
“예를 들기는 적절치 않다. 그러나 좀 심하다 싶은 것들은 문 후보께 비서실장 등을 통해서 다른 통로로 알려드렸다. 나중에 보니까 모르고 계신다는 것을 알았다. 문 후보께서 일상적인 정당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국민후보인 저는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문 후보를 만나 설명을 잘 했는가.
“남은 단일화 기간 동안 재발하지 않게 해달라고 당부 드렸고, 문 후보도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4·11 총선 패배 직후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 당시 민주당과 현재 민주당은 얼마나 달라졌나.
“많이 달라졌다. ‘새 정치 공동선언’은 민주당의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훨씬 더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이해찬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총사퇴했는데.
“제가 사람에 대해서 거론한 게 아니라 옛날 방식의 정치관행에 대해서 문 후보께 알려드렸다. 사실 놀랐다. 제가 요구한 게 아닌데도 이 전 대표께서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리셨다. 단일화를 잘 성사시키고 대선에서 승리하는 희생에 보답하는 길을 가겠다.”
◇문재인, 박근혜 후보에 대한 평가
-문 후보보다 나은 경쟁력이 무엇인가.
“의학, IT기술, 경영, 교육 등 4가지 분야가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하다. 저는 다양한 분야의 실제 현장에서 일을 많이 했다. 현장 경험을 통해 해법을 가지고 있고, 제가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평가해 달라.
“저는 문제를 풀 때 수평적 리더십으로 풀어간다. 대한민국에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가들이 있다는 점에서 축복받은 나라다. 그 사람들을 잘 써야 한다. 그러려면 일방적으로 보고받기보다는 잘 소통해서 그 사람들이 충분히 얘기를 꺼내게 한 뒤에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문제 푸는 방식에는 제가 더 잘 맞는 것 같다. 박 후보는 정당경험이 길지만, 각 분야마다 직접 해본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는 수직적 리더십이다.”
◇안철수가 생각하는 대통령 리더십
-안 후보의 화법이 애매하다는 평가가 있다.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으면 더 명확하게 말하려고 한다. 다만 민주당에 개선할 것을 조목조목 요구하는 것은 더 결례다. 그것 자체가 오히려 (새누리당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최근 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에게 맞는 키워드는 경제, 미래, 변화였다. 대통령 당선되면 공약 1호은 무엇인가.
“격차해소다. 지금 대한민국의 문제는 한 단어로 격차다. 사람 사이에는 빈부·성별·세대·학력 격차, 대기업 중소기업 격차, 지역간 격차 등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격차 가운데 한 부분이다.”
-또 안 후보가 가장 경제를 잘할 것 같다는 조사도 있었다. 경제성장 비전을 소개해 달라.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정부 주도, 대기업 위주, 제조업 기반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이제 한계이고, 이 세 가지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민간 자율, 중소기업 위주, 지식산업 기반으로 바뀌어야 한다. 혁신경제라는 말도 거기서 싹텄다. 특히 중소기업이 발전할 때 질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 ‘히든 챔피언’으로 불리는 세계적 기업이 많은 독일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이 부분이 굉장히 적다. 제조업에 지식산업을 추가해 차별화한다거나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가 가능성이 많다.”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리더십으로 평가받고 싶나.
“소통의 리더십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여당 혼자가 아니라 야당의 협조까지 받아야 문제를 풀 수 있는 경우, 여러 부서가 같이 문제를 풀 경우에 필요한 게 소통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떨어졌다. 체감하는가.
“지지율을 보고 무엇을 결정한 적이 없다. 결과는 하늘이 주시더라.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 나오는 것은 사람의 능력을 벗어난 일이라는 생각으로 일했다.”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고 보는가.
“단일 후보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자신 있다.”
정리=엄기영 김아진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