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77% 담배연기 자욱한 ‘가스실’
입력 2012-11-19 18:36
19일 오후 서울 노량진동의 한 PC방에 들어서자 매캐한 담배연기가 코를 찔렀다. 따끔거리는 눈을 비비며 안으로 들어서자 30여명의 손님들이 컴퓨터 앞에서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쪽 벽면에 ‘금연구역’이란 표지판이 붙어 있었지만 공간을 나누는 칸막이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학교를 마친 중·고등학생뿐 아니라 초등학생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코로 담배연기가 들어가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게임에만 열중했다.
인근 다른 PC방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했다. 비흡연자를 위한 금연 구역을 지정해 파티션으로 구분해놓고 있었지만 높이가 낮아 PC방 전체에 담배연기가 자욱했다. 이 PC방 아르바이트생 황모(24)씨는 “담배연기와 먼지 때문에 매일같이 바닥을 쓸고 걸레질을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며 “최근 공기청정기를 들여놓았지만 소용없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게임을 하던 초등학생 서모(12)군은 “1∼2시간만 게임을 해도 온몸에 냄새가 배고 목이 아프다”며 “마치 너구리굴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친 뒤 PC방을 나와서도 한동안 머리가 지끈거리고 옷에 밴 담배연기는 하루 종일 사라지지 않았다.
PC방 공기가 담배연기 등으로 심각하게 오염돼 있어 성인뿐 아니라 면역력이 약한 초등학생들의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수도권 PC방 10곳 중 7∼8곳은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대한건축학회가 지난해 조사한 ‘PC방의 실내공기 질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PC방 27곳 중 21곳(77%)에서 미세먼지농도가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PC방의 평균 미세먼지는 189.7㎍/㎥으로 나타났다. 법정 기준치인 150㎍/㎥을 크게 넘어선 수치다. 흡연과 환기 소홀이 PC방 공기오염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지난 7월 시행된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 질 관리법 시행령’은 PC방의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폼알데하이드, 총부유세균, 일산화탄소 등이 적정 기준치를 넘어서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도록 돼 있다. 그러나 면적이 300㎡(90.75평) 이상인 PC방만 법의 적용대상이 된다. 2009년 전국 PC방의 평균 면적은 2009년 기준 174㎡(52평)이어서 대부분의 PC방은 적용대상이 아닌 셈이다.
한국콘텐츠 진흥원이 지난 8월 게임 관련 상품 이용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최근 6개월 내 PC방 이용을 줄였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 49.5%에 달했다. 이 중 44.7%가 ‘환경이 불결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윤동빈 가천대 건축설비공학과 교수는 “어린이들도 장시간 머무는 PC방의 경우 건강을 해칠 수 있어 공기 질 관리를 위한 실질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