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불황에 연구개발 투자 뒷전… 신제품 모험보단 리뉴얼로 안정 꾀해

입력 2012-11-19 21:21

식품업계가 연구·개발에 인색하다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불황 탓에 신제품으로 모험을 걸기보다 기존 제품을 리뉴얼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해 나간다는 것이다.

1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식품업체들의 3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대형 식품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 안팎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는 농심 1.1%, 대상 1.28%, 풀무원 0.99%, 오뚜기 0.41% 등이다. CJ제일제당과 오리온도 2분기까지 각각 분기 매출액의 1.06%, 0.3%를 투자했다.

이는 다른 업종 기업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수출주력 기업인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의 6.1%, LG전자는 6.06%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 식품처럼 내수업종에 해당하는 통신업체 SKT와 KT도 각각 1.73%, 2.23%를 연구·개발에 썼다.

올해 유독 식품업계에 이렇다 할 트렌드가 없었던 것도 연구·개발에 투자를 망설이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식품업계는 해마다 한두 가지의 트렌드가 형성돼 왔다. 한 업체에서 신제품을 내놔 인기를 모으면 다른 업체들이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을 형성해 나가는 식이다.

지난해만 해도 팔도가 꼬꼬면을 출시하며 하얀국물 라면이 유행해 오뚜기, 삼양식품 등이 잇달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는 꼬꼬면 리뉴얼 제품인 앵그리 꼬꼬면과 오뚜기 열라면 리뉴얼 제품 등이 나온 정도였고 라면시장은 다시 과거의 빨간국물 시대로 돌아갔다. 식품업체들은 연구·개발은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올해는 불황 때문에 신제품 출시시기를 관망하는 상태라는 입장이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신제품을 출시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려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동반돼야 한다”면서 “영업이익이 5% 안팎인 식품업계와 다른 업종을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