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해외유학 7년 만에 줄었다

입력 2012-11-19 18:57


치맛바람도 불황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학위를 따려고 해외로 나간 한국인 유학생이 7년 만에 줄어들었다. 부모들이 이들에게 보내주는 돈도 감소했다.

19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 현재 미국 등 외국의 대학·대학원에서 학위 과정을 밟는 한국인 유학생은 15만4178명으로 지난해보다 6.1% 감소했다. 금융위기에도 개의치 않던 유학 행렬 증가세가 장기불황에 꺾였다. 유학생 수는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전년보다 3000명 이상 늘었지만 올해엔 무려 1만명 가까이 줄었다.

학위 과정 유학은 어학연수에 비해 학비가 많이 들지만 국내 대학 진학을 대체하는 것이어서 경기가 나빠져도 좀처럼 줄어드는 일이 없었다. 학위 과정 유학생은 2005년 10만716명에서 2006년 11만3735명, 2007년 12만3965명으로 매년 1만명 이상 급증했었다. 당시 국내 경제는 코스피지수가 2005년 1000포인트, 2007년 2000포인트를 잇달아 돌파할 정도로 사정이 좋았다.

다만 2008년에 학위 과정 유학생은 전년보다 3000여명(2.4%) 늘어난 12만7000명에 그쳤다. 미국 부동산시장 거품 붕괴로 돈줄이 막힌 탓이 컸다. 그래도 유학생 증가폭이 줄었을 뿐 유학 열기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었다. 이듬해 경기가 풀리자 15만1566명으로 전년보다 2만4566명(19.5%)이나 껑충 뛰기도 했다. 발이 묶였던 학생까지 한꺼번에 유학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어학연수도 불황의 차가운 바람을 비켜가지 못했다. 해외에서 어학연수 중인 유학생은 올해 8만5035명으로 지난해보다 13.5%(1만4261명) 줄었다. 어학연수생은 이전에도 경제 상황 등에 따라 줄기는 했지만 1만명 이상 감소하기는 2006년(1만4909명) 이후 처음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학생 감소현상을 외국 석·박사 학위 과잉에 따른 반작용으로 본다. 너도나도 외국 학위를 따오는 탓에 웬만한 명문대가 아니면 굳이 유학을 갈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 장기 불황으로 학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좀 더 우세하다. 올해 1∼9월 부모들이 유학 중인 자녀에게 보낸 돈은 33억5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5.9%(2억1000만 달러) 감소했다.

한편 올해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도 8만6878명으로 지난해보다 3.0%(2659명) 줄었다. 2005년 2만2526명에서 지난해 8만9537명으로 가파르게 늘어났지만 7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