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일 FTA 협상 개시에 거는 기대와 과제

입력 2012-11-19 19:24

한·중·일 3국 통상장관들이 20일 아세안+3 정상회의가 열린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다.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에서 FTA 협상의 연내 출범 선언을 위한 준비작업을 시작하기로 합의한 이래 6개월여 만이다. 중·일 관계가 악화돼 FTA 협상의 연내 개시가 내년으로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정상회의에서가 아니라 통상장관회의에서 선언하자는 중국 측 제안을 일본 측이 수용해 성사됐다고 한다. 구체적인 추진 일정은 차관보급 인사가 참여하는 회의에서 결정된다.

한국과 일본은 조만간 지도부가 교체될 예정이어서 다소 맥이 빠졌지만 이번 선언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갈등과 대립의 역사를 갖고 있는 3국이 지역경제 통합을 위해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는 것부터 주목된다. 협상이 타결되면 인구 15억2000만명, 국내총생산(GDP) 합계 12조 달러, 교역량 5조 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 탄생하게 된다. 세계 각국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규모다.

경제협력 관계 증진이 외교안보 분야 협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예를 들면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도가 심화되면 영유권 논란을 벌이고 있는 한·일, 중·일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그만큼 적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동북아 안보의 최대 위협 요인인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3국이 한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 관계의 제도화를 거쳐 정치공동체로 자리 잡은 유럽연합(EU)처럼 장기적으로 한·중·일 FTA가 동아시아 공동체로 발전할 소지도 있다. 같은 날 중국 주도로 출범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연결될 경우 속도가 붙을 수 있다. RCEP에는 16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역내 인구는 34억명이나 된다.

하지만 협상 타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한·중·일 3국의 경제역량 및 역사인식 차이, 그리고 지정학적 갈등부터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이 패권주의 성향을 노골화해 협상을 난관에 빠트릴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는 미국, EU와 FTA를 체결한 경험을 살려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협상이 끝날 때까지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중·일 FTA가 체결되면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교역구조가 개선되는 등의 효과로 10년간 최대 18조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전망도 협상을 잘 했을 경우가 전제돼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RCEP 간 경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차기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