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상 최대 수뢰에도 요지부동인 檢 지도층
입력 2012-11-19 19:23
서울고검 김광준 검사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은 검찰로서는 지울 수 없는 불명예다. 그가 서민들을 울린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씨 측근과 유진그룹 등으로부터 내사 및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받은 것은 비리의 시작에 불과하다. 고소사건에 개입해 돈을 받고 그것도 모자라 옆 부서에서 수사 받고 있는 기업의 경비로 해외여행도 다녀왔다고 한다.
마치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1990년대 코미디 영화 ‘투캅스’가 연상된다. 경찰관들이 잡으라는 범인은 잡지 않고 온갖 이권에 개입해 자신의 배를 불리는 모습을 코믹하게 풍자한 영화다. 비록 영화라고 하지만 국민들에게 비치는 경찰상이 당시로는 그 수준밖에 되지 않아 4편까지 나올 정도였다. 최근 비리 검사들의 모습이 바로 그 영화 그대로다.
벤츠를 상납 받고, 뒷돈을 대주는 스폰서를 갖고 있으면서도 정의의 사도인 양 행세하며 피의자나 피고발인을 윽박지르며 군림해 왔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 인권옹호에 관한 직무를 수행한다. 이 같은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검사가 경찰관보다 못한 비리를 저질렀다니 국민들은 도대체 누구를 믿고 억울함을 하소연해야 할지 답답할 뿐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김 검사의 비리가 하나둘 벗겨지면서 구속단계에 이르렀는데도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는 달다 쓰다 말 한마디 없다는 사실이다. 총장 명의로 유감을 표하는 발표가 있었지만 여론에 떼밀려 마지못해 했다는 인상이 짙다. 수뢰금액 규모로는 사상 최고라는 김 검사 사건이 발생한 지가 언제인데, 분노에 찬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럴 수는 없을 것이다.
역대 검찰총장들은 외부 간섭으로부터 검찰권 수호를 표방하며 신뢰회복 및 사기 진작을 위해 일하다 뜻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하면 조용히 옷을 벗곤 했다. 자기희생으로 무너진 검찰조직을 살리려는 충정이 있었다. 사퇴의 당부(當否)를 떠나 적어도 국민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읽을 수는 있었다. 조직이 온 국민의 비웃음거리가 되도록 방치한 채 수뇌부는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