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관광대국의 길
입력 2012-11-19 19:13
‘관광’이란 말은 중국의 고전 역경(易經)의 64괘 중 20번째인 관괘(觀卦)의 ‘관국지광(觀國之光)이용빈우왕(利用賓于王)’에서 유래됐다. 호텔 저널리스트 도미타 쇼지(富田昭次)의 ‘호텔과 일본근대’(2003)에 따르면 일본에서 관광이란 말은 1856년 일본 최초의 증기군함 ‘간코마루(觀光丸)’에서 처음 등장한다.
‘관국지광’, 즉 ‘나라의 영광(빛)을 살핀다’는 뜻을 감안해 증기선을 도입하면서 이를 국내외에 널리 자랑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1930년 일본정부는 관광을 오늘날의 ‘tourism’이란 뜻으로 쓰면서 철도성 내에 국제관광국을 설립했다. 관광이란 말도 개항 과정에서 등장한 번역용어인 것이다.
‘관국지광’은 원래 한 나라의 위상에 대해 왕을 보고 판단하기보다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만일 그 나라를 두루 살펴 그와 같은 빛이 확인된다면 ‘그 나라 왕의 빈객으로 예우되는 것이 이롭겠다(이용빈우왕)’는 얘기다.
이렇듯 관광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펴본다는 뜻에서 출발했다. 이렇게 보면 관광은 처음부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개념이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나라의 영광이 빛날수록 기꺼이 외국인들은 더 오래 머물며 빈객의 예우를 받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내일쯤 올 외국인관광객이 1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61년 외국인관광객이 1만명을 넘은 지 50여년 만에 이룩한 쾌거다. 우리의 것이 그만큼 빛나고 있다는 증거다. 벌써부터 정부는 2020년 외국인관광객 2000만명 유치를 다짐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관광대국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세계 15위인 한국의 지난해 외국인관광객 유치 순위는 25위에 머물렀다. 경제력에 걸맞은 외국인관광객 유치가 바람직하겠지만 순위 자체가 중요한 것은 물론 아니다. 무엇보다 이제는 관광상품의 질을 따져봐야 할 때다.
부족한 관광상품으론 중국관광객의 물량공세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으며 서비스수준 또한 한참이나 모자란다. 일본의 경우 민박이나 여인숙 수준의 잠자리에서도 이부자리의 시트교환은 최소한의 서비스다.
잠자리, 음식, 다양한 볼거리·즐길거리 등 관광상품에 최소한의 국가기준을 마련해 수준을 유지하지 않으면 빛은 금방 바래고 말 것이다. 외국인에게 내놓을 만한 기념품 개발도 시급하다. 나라의 빛인 관광대국의 길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