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소한 것에 오락가락하는 단일화 협상
입력 2012-11-18 22:19
결국 민주당 이해찬 대표 거취가 관건이었나
꼬여가는 듯하던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이 정상화 됐다. 협상 중단의 책임 소재를 놓고 정면충돌했던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18일 회동을 갖고 19일부터 실무협상팀을 재가동키로 했다. 이해찬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최고위원 전원의 총사퇴가 돌파구였다. 이 대표는 안 후보 측으로부터 단일화 과정에서 안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를 주도한 인물로 지목돼 퇴진 압력을 받아왔다.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불가능하다”는 등의 이 대표 발언도 안 후보 측을 자극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표가 물러난 것처럼 두 후보의 2차 회동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 대표 권한을 위임받은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단일화 방안 결정을 맡기겠다며 논의 재개를 촉구했다. 이에 안 후보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꼭 이루겠다고 화답해 회동이 성사됐다.
고비는 넘겼으나, 지난 14일부터 진행된 단일화 파행 사태를 복기하면 피로감이 크다. 두 후보는 기회있을 때마다 ‘국민’의 뜻을 중시하겠다고 강조했으나 단일화 다툼을 보면 국민은 별로 보이지 않고 서로 주도권을 쥐려는 정치공학이 기승을 부리는 양상이다. 때문에 두 후보가 내놓은 새정치공동선언문도 빛이 바랬다.
문 후보는 16일 자신과 민주당에게 협상 중단 책임을 전가한 안 후보를 이례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다. 남의 눈 티끌보다 제 눈 대들보를 먼저 보라는 식이었다. 그러더니 이틀 뒤 ‘이해찬 사퇴’ 카드를 내밀었다. 결론적으로 안 후보에게 두 손을 든 셈이 돼버렸다. 100만명의 당원을 둔 민주당 체면도 망가졌다. 속내야 불편하지만 어떡해서든 안 후보와 함께 가야 새누리당 집권을 막고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일 것이다.
안 후보의 모양새도 좋지 않다. 단일화 협상을 중단시킨 이유가 결국 ‘이해찬 사퇴’였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줬다. 안 후보는 특정인 거취문제가 단일화를 위기로까지 몰고 갈 명분이 된다고 보는지, 그리고 이 대표 사퇴로 민주당이 혁신됐다고 보는지 답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결단하신 것을 진심으로 존중한다”고 말한 것은 무슨 뜻인지 의아스럽다. 민주당이 미덥지 않지만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당분간 안고 가야 한다는 의중이 읽힌다.
이처럼 두 후보가 진심으로 상대를 존중하고 있는지 헷갈리는 상황이다. 오히려 집권하기 위해 필요한 존재쯤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는 게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
두 후보는 대선후보 등록일인 오는 25일 이전에 단일후보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두 후보는 속도를 내야 한다. 여론조사로 단일후보를 결정하더라도 시일이 촉박하다. 투표용지 인쇄 마감일인 내달 10일까지 단일화하면 된다는 일각의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향후 다시 파열음을 빚으면 단일화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