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교 폭력 뿌리째 뽑을 수 있는 대책 나와야
입력 2012-11-18 19:57
우리나라 초·중·고교생 32만명 이상이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조사결과가 16일 나왔다. 정부는 지난 8∼10월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514만명을 대상으로 2차 학교 폭력 실태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다. 전체 학생 중 73.7%가 조사에 응했고, 응답자의 8.5%인 32만1000명이 학교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조사에 응하지 않은 학생이 135만명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피해 학생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올 초 가정에 우편물을 보내 실시한 1차 조사 때는 응답률이 25%로 매우 낮아 학교 폭력 전모를 파악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다. 따라서 이번 2차 조사 결과는 1차 때보다 학교 폭력 실상에 근접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교육당국은 전체 학생이 의무적으로 조사에 응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효과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폭력 장소는 교실(41.7%) 화장실·복도(7.6%) 운동장(5.9%) 순이었고, 폭력 유형으로는 언어폭력(33.9%) 금품갈취(16.2%) 강제 심부름(11.3%) 폭행·감금(9.6%) 등으로 나타났다. 2개 유형 이상의 학교 폭력을 당한 학생도 많았다.
정부는 일진(학교 폭력 서클) 학생들의 폭력이 심각한 100개 학교를 내년 초 ‘일진경보학교’로 지정해 집중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정부는 학교 폭력이 문제될 때마다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말로만 관리하지 말고 학교 폭력을 뿌리째 뽑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정부가 학교생활기록부에 올라 있는 가벼운 가해 사실을 졸업 직후 삭제키로 한 것은 나름대로 고민한 대책으로 읽힌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인해 가해 학생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학교 폭력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펴야 한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을 가해 학생들이 갖도록 하면 안 된다.
정부는 학생들이 피해 정도가 심하다고 여기는 ‘사이버 괴롭힘’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자녀와 학생들이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대하도록 솔선수범하고 적극 지도해야 한다.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의 장래도 암울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말이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온라인 실태 조사를 거부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는 가정통신문을 통한 설문조사 또는 일부 학교의 학년당 1개 학급을 골라 표본조사를 했다고 한다. 당연히 전체 피해 상황을 알 수 없는 조사였던 것이다. 그가 위험 수준을 넘어선 학교 폭력 실태를 너무 안이하게 보는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